내 고향 거금도 연가
정민기
때 묻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섬
가을에 물드는 단풍처럼
꾸미지 않는 아름다움이 파도로
이따금 갈매기 울음 따라 철썩거리는 섬
뼛속 깊은 곳까지 그리움이 드나들고
낮에 바다에서 육지로 불어오는 해풍과
밤에 육지에서 바다로 불어가는 육풍이
서로 만날 수 없어
연가로 부르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
눈시울이 노을처럼 시시때때로 붉어지는 섬
거금일주로 따라 거닐고 싶은 섬
그물로 바다에 뿌리내리고 자라나는 어선
그리움의 심지에 슬그머니 단풍을 대자
촛농을 떨어뜨리며 그제야 타오르는 마음
아득한 수평선으로 고무줄놀이하는 배 몇 척
유리창을 닦는 듯 뼈저리게 통통거리는 섬
세월이 가면 갈수록 푸르스름하게
젊어지는 섬 옆에서 파도 울음
서러움이 가시도록 삼키는 연홍도여,
지친 갈매기 울음소리 다독이는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