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캐니언의 두 남자
KBS1 TV에서 아침 7시 50분에 방영하고 있는 「인간극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번 주(2012.10.22.~2012.10.26.)에 방영된 ‘그랜드캐니언의 두 남자’를 감명 깊게 시청하였다.
지난주에는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81세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인간극장은 제목이 암시하듯 보통 사람들의 보통 이야기가 아닌 특수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다루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내용은 이렇다.
관광지로 유명한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에서 펼쳐지는 마라톤(총 271Km를 매일정해진 거리를 정해진 시간에 주파하여야 함)에 참가한 송경태(51세)씨와 그의 안내자이자 같이 참가한 송기석(45세)씨의 마라톤 참가기를 다룬 내용인데 송경태씨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은 1급 시력장애자인 것이다.
이 마라톤(공식명칭:그랜드 투 그랜드 울트라 마라톤대회)은 코스 설계 때부터 참가자의 30% 정도가 탈락하게끔 난이도를 조정한다는데 18개여 나라에서 84명이 출전해서 48명이 완주한 것만 보아도 그 난이도를 짐작할 수 있다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송경태씨와 송기석씨를 비롯하여 71세인 이무웅님, 65세인 정헌기(?)님, 홍일점인 김미화(32세)님 및 기타 4명 등 총 9명이 참가였는데 앞에서 열거한 사람들을 포함한 7명이 완주를 했기에 어느 누구를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다루어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대단한 사람들이지만 특히나 그 중에서 시력장애자인 송경태는 압권이었다.(그에 못지않게 안내자 겸 참가자로 헌신적인 수고를 하신 송기태씨와 기타 한국인의 기상을 드높인 모든 참가자에게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감탄사와 함께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송경태씨는 군대시절에 수류탄의 오폭으로 시력을 상실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삶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더 열심히 인생을 설계한다. 그는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으로 일하면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세계 4대 극한 마라톤대회(사하라사막, 고비사막, 아타카마사막, 남극마라톤대회)를 완주해 ‘세계 극한마라톤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역대 52번째이자 세계 최초의 장애인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오늘의 안내자인 송기태씨와는 고비사막 마라톤에서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송경태씨가 참가한 이 마라톤 대회는 지난 9월 23일부터 29일까지 미국 그랜드캐니언 라스베가스 유타주 아리조나주 캘리포니아주 일대 170마일, 271km에 걸쳐 6스테이지로 나눠 진행됐으며 그의 기록은 총 77시간 26분 2초로 꼴찌에서 2번째인데 이번의 참가는 자신이 눈을 잃었을 때 자기의 눈을 대신 이식하겠다고 고집하셨고 이제는 췌장암말기로 투병을 하고 계시는 아버지의 쾌유를 빌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송경태씨는 이렇게 말한다.
“여느 사막대회와는 달리 매 구간마다 제한시간이 있어 경기도중 서서 물만 마실 정도로 피를 말리는 혹독한 레이스였다.”며 “평지와 내리막구간은 무조건 이를 앙다물고 달렸다.”고.
그는 또 “수시로 찾아온 고비고비마다 아버지의 암 통증과 고통을 생각하며 극복해냈다.”며 당시의 처절했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아버지께 완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더불어 이 시간에도 힘든 병마와 싸우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격려와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이번 도전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방식은 주최 측에서 하루 물 10리터와 구간별 결승점 천막을 제공하는 가운데 참가자는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물 이외의 모든 식량과 장비는 배낭에 매고 달렸다.
매 구간 출발시각은 똑같고 각 구간마다 제한시간이 있으며, 송기석씨는 안내도우미인 송기태씨의 배낭에 연결된 1m짜리의 생명줄에 의지한 채 달렸다.
“마라톤을 통해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고 매사 자신감과 적극적인 생각을 하는 자세를 갖게 된다. 나태하고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 매년 오지마라톤에 출전하고, 훈련과 연습 과정이 인생에서 또 하나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송경태씨가 오르내렸던 그 험난한 길을 생각하면서 나도 나태해지지 않으려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오늘 아침에 마지막 5부를 시청하고나서 그 감동을 오래오래 간직하고자 몇 자 적었다.
2012년 10월에)
스스로를 극한 상황으로 내몰아 그것을 헤쳐나오면서
인생을 이야기하는 대단한 사람들!
대단한 사람들이 어디 이들뿐이랴만
시각장애인과 자원한 안내자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빛이 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