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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6 08:26

문재인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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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책 한권이 출간 되었다.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운명.

지금은 부산 사상에서 출마.

사상이 시작입니다.

바람이 다르다.

 

문재인의 생각이 담겨있고, 진면목을 알 수 있는 책.

 

이번 정치적인 시도가 많은 분들에게 큰 울림으로

우리시대 가치담론을 담아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자서전을 읽을 때 머리글에 모든 내용이 담겨 있기에, 옮겨 적어

우리시대 열망과 안타까움, 아쉬움을 담고자 한다.

 

대통령 노무현을 만나 희망을 이야기했던 시간

우리들의 운명이었다.

 

사람사는 세상. 함께 꿈을 꾸었던 모든 분들 삶이 행복 했으면 한다.

 

(서문)

강물이 되어 다시 만나기를

 

세월이 화살 같다. 우리가 노무현 대통령과 이별한 지 어느덧 두 해가 됐다.

그 느낌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 ‘그를 떠나보낸 날’은 여전히 충격과 비통함이며,

어떤 이들에게 ‘노무현’은 아직도 서러움이며 아픔이다.

그리고 어떤 이들에게 ‘그와 함께 했던 시절’은 그리움이고 추억일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 있다.

이제 우리는 살아남은 자들의 책무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그가 남기고 간 숙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노무현 시대를 넘어선 다음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과거에 머무를 순 없다.

충격 비통 분노 서러움 연민 추억 같은 감정을 가슴 한 구석에 소중히 묻어두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냉정하게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그를 ‘시대의 짐’으로부터 놓아주는 방법이다.

그가 졌던 짐을 우리가 기꺼이 떠안는 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다.

 

2주기를 앞두고 사람들이 내게 책을 쓰라고 권했다.

이유가 있는 권고였다.

노 대통령은 생전에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남기지 않았다.

기록으로서 솔직하고 정직해야 하는데, 아직은 솔직하게 쓸 자신이 없다고 했다.

혼자 하기에 벅차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에게 공동 작업을 청했다.

‘함께 쓰는 회고록’으로 가자고 했다.

저마다, 우리가 함께 했던 시대를 기록해 보라고 부탁했다.

그 다음에 당신이 하겠다고 했다.

 

그 부탁을 했던 분도, 그 부탁을 받았던 우리도 미처 뭔가 해 보기 전에

갑작스럽게 작별해야만 했다.

그러니 무엇보다 중요한 숙제는, 그와 함께 했던 시대를 기록하는 일임이 분명하다.

노 대통령과 오랜 세월을 같이 했고, 지금은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내가 그 일을 맨 먼저 해야 한다고들 했다.

 

하지만 엄두가 안 났다. 그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기록을 충실히 하며 살아오지 않았다. 하도 엄청나고 많은 일을 겪어,

자료를 보지 않으면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도 했다.

 

주저되는 부분도 많았다. 대통령이 고민했던 것처럼,

나 역시 100% 솔직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자신이 없었다.

동시대를 함께 살았던 많은 분들이 있는데,

자칫하면 이런 저런 부담을 드리거나 누가 될 소지도 있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쓰기로 생각을 한 것은, 한 가지 이유에서다.

또 한 정권이 끝나간다. 국민들은 희망을 갈구하고 있다.

더 이상 절망의 시기가 반복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명박 정부가 역사에 반면교사(反面敎師)라면,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역사에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증언을 남기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한 시대를 같이 살았던 사람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함께 했던 사람들이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책무는 자기가 보고 겪었고 일했던 내용을 증언하는 것이다.

다음 시대에 교훈이 되고 참고가 될 내용을 역사 앞에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극복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참여정부를 넘어서야 한다.

성공은 성공대로, 좌절은 좌절대로 뛰어넘어야 한다. 그런 바람으로 펜을 들었다.

 

책을 정리하면서 보니, 참 오랜 세월을 그와 동행했다.

그 분은 내가 살면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 가장 따뜻하고 가장 치열한 사람이었다.

그 분도, 나도 어렵게 컸다.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려 했고,

이웃들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고자 했다.

함께 세상을 바꿔보고 싶었고, 함께 희망을 만들어보고자 애썼다.

 

그 열망을 안고 참여정부가 출범했다. 이룬 것도 많고 이루지 못한 것도 많다.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아쉬움이 많다.

후회되는 것도 있다. 견해의 차이로 마음이 멀어진 분들도 있다.

개혁-진보진영의 ‘과거 벗’들과도 다소 마음이 멀어진 듯하다. 우리뿐이 아니다.

개혁-진보진영 안에서도 상처와 섭섭함이 남아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 서거는 우리에게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 줬다.

다음 시대를 함께 준비하기 위해 우리는 마음을 모아야 한다.

마음을 모아야 힘을 모을 수 있다.

 

더 이상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애증(愛憎)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분은 떠났고, 참여정부는 과거다. 그 분도 참여정부도 이제 하나의 역사다.

그냥 ‘있는 그대로’ 성공과 좌절의 타산지석이 되면 좋겠다.

잘 한 것은 잘한 대로, 못한 것은 못한 대로 평가 받고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분도 그걸 원하실 것이다.

 

노 대통령과 나는 아주 작은 지천에서 만나, 험하고 먼 물길을 흘러왔다.

여울목도 많았다. 그러나 늘 함께 했다. 이제 육신은 이별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나와 그는, 정신과 가치로 한 물줄기에서 만나 함께 흘러갈 것이다.

바다로 갈수록 물과 물은 만나는 법이다. 혹은,

물과 물이 만나 바다를 이루는 법이다. 어느 것이든 좋다.

 

이 같은 나의 절절한 마음을, 내가 좋아하는 도종환 시인이

한편의 시에서 어쩌면 그리 잘 표현했는지 모르겠다.

 

<멀리 가는 물>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이 땅의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결국은 강물이 되어 다시 만나고, 역사의 큰 물줄기를 이뤄 함께 흘렀으면 좋겠다.

강물은 좌로 부딪히기도 하고 우로 굽이치기도 하지만, 결국 바다로 간다.

장강후랑최전랑(長江後浪催前浪)이라고 했던가.

그러면서 장강의 뒷물결이 노무현과 참여정부라는 앞물결을 도도히 밀어내야 한다.

역사의 유장한 물줄기, 그것은 순리다.

부족한 기록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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