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거금팔경(新居金八景)
나는 2010년 02월 18일에 KBS의 ‘우리말 겨루기’ 출연(방송은 2010. 03.08.)한 관계로 '우출모(우리말겨루기 출연자 모임의 준말)‘라는 카페에 회원으로 등록하여 활동하고 있다.
그 카페 회원들은 고향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고 나이도 천차만별이지만 정말 서로를 이해해 주고 아껴주는 마음이 틔어 있는 사람들임을 느낀다.
그 카페에서 만난 사람 중에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해방둥이로 나보다 꼭 열 살이 많으신 허경희 님이시다.
그 분은 이곳(거금도닷컴)의 자미원님 같은 분으로 인생에 대한 열정이나 모르는 것에 대한 학구열은 나의 상상을 초월했다.
지난해 08월 08일(380회)에 방송된 우리말 겨루기 출연자 중에 키는 좀 작지만 단아하고 우아한 할머니(?) 한 분이 나오셨다. 우리의 조그마한 염려(?)를 비웃듯 우리말 실력도 출중하여 최후의 2인으로 올라가 우승자 결정 문제에서 연장전까지 갔는데 아쉽게도 2위에 머무르신.
그 분이 바로 당시 67세인 허경희 님으로 우리 찻집 회원들은 누구라도 그 분은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도 그 분을 누님이라고 부르면서 자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인데 올 겨울에 몸이 조금 편찮으셨다고 한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찻집회원들은 "왕 누님(언니) 쾌유를 비는 모임"을 기획하여 2012년 01월 04일에 모였는데 모임 장소가 서울이기에 나는 참석하지 못했다.
그만큼 그 분은 우리 찻집의 대들보 같은 존재이시다.
그 누님은 모임 참석 후 이렇게 말하셨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은 나는 하느님께서도 그 사랑을 다 돌려줄 때까지 데려가지 않으실거야!"라고.
내가 왜 우리 거금도닷컴과는 상관이 없는 우출모 카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가?
그렇다.
나는 우리 거금인이 만나는 거금도닷컴도 우출모 카페와 같이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소통의 장이 되기를 바라서이다.
작금의 우리 거금도닷컴 카페는 어떠한가?
나는 거금대교의 개통을 섬을 뭍과 연결한다는 일차적인 의미도 중요하지만 「거금도 거주민과 객지에 살고 있는 향우들의 마음이 이어지는 소통의 다리」라고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한다는 글을 써서 거금도닷컴에 올리기도 하였으며 거금대교의 개통과 거금도 도보일주 등의 글도 올렸는데 도통 관심이 없었다. 아니 1,000여 번의 조회 수로 봐서는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함께 하지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에 내가 제안한(실제로는 2005년에 제안한 것이다) 신거금팔경에도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딱 두 분이 댓글을 달으셨다)
나는 이쯤에서 생각해 본다.
과연 우리 거금도 출신들 중에 고향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하고.
아닐 것이다. 어느 누구라도 자기의 고향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단지 고향사랑 방법이 서로 달라 서로가 그 방법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 서로가 의논하고 서로가 격려해 주고 또 서로가 응원해 주는 그런 마음을 가져달라고. 그런 마음은 서로에게 관심이 있을 때 싹트는 것이다.
바야흐로 우리 고향 거금도도 거금대교의 개통으로 섬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혹시 그대는 거금도의 숙박업소가 빈 방이 없을 정도로 만원을 이루었던 지난 1월 1일의 청석일출을 보았는가? 또 적대봉을 보았는가?
전국 각처에서 몰려온 관광버스로 소원동산 부근의 도로는 마비되었고, 적대봉을 오르는 길은 사람에 치여 지체되었고 정상은 사람의 홍수로 발을 디딜 틈조차 없었던! 그뿐 아니라 휴일이면 거금대교를 걷는 사람들을 싣고 온 차들로 휴게소의 주차장이 북적거린다.
이제 우리는 우리 거금도를 최대한 가꾸고 포장하여 특등 관광상품으로 내 놓아야 한다.
나는 우리 거금도라는 특등 관광상품 중 가장 중요시 여겨야 할 것이 「신거금팔경」이라고 생각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내가 연재하고 있는 '우리말을 찾아서'는 재미있는 고유어를 설명하는 글이기도 하지만 글의 대부분이 우리 거금도(섬)를 소재로 하기 때문에 거금도를 소개하는 글이기도 하다.
나는 우출모 카페에도 이 글을 연재하고 있는데 글을 읽은 많은 회원들이 꼭 한 번 거금도를 방문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관광 거금도의 위상이 제고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아래와 같이 신거금팔경을 제안하니 제발제발 좋은 의견들을 올려 주면 고맙겠다.
신거금팔경(新居金八景)을 제안하며
산수가 비단같이 수려하다고 해서 금산(錦山)이라는 지명을 얻은 우리의 영원한 고향 거금도는 그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경치가 많아 예부터 선인들은 거금팔경(居金八景)으로 이를 예찬하였습니다.
전해오는 거금팔경을 돌이켜 보면 제1경인 송암모종(松菴暮鍾)을 필두로 제2경은 망천춘우(網川春雨), 제3경 적대귀운(積臺歸雲), 제4경 죽도관어(竹島觀魚), 제5경 연소추월(蓮沼秋月), 제6경 석교낙안(石橋落雁), 제7경 월포귀범(月浦歸帆)을 이어 마지막인 제8경 사봉낙조(簑蓬落照)입니다.
그런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망천은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없어진지 오래고 죽도도 간척사업으로 인하여 농토로 변하였습니다. 또한 연소도 그 못은 없어지고 마을이름으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석교의 기러기들은 북으로 갔는지 보이지가 않습니다. 한편 고기잡이 돛단배는 우리 아버지 시대에 그 막을 내렸으니 이제 거금팔경 중 남아있는 것은 송암모종(松菴暮鍾)과 적대귀운(積臺歸雲) 및 사봉낙조(簑蓬落照) 셋뿐입니다.
바야흐로 꿈의 다리인 거금대교가 개통되어 제2의 도약을 꿈꾸는 우리의 고향 거금도에 연일 전국의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들이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복층구조(인도와 차도)의 거금대교를 직접 보고 걸어보는 것과 아울러 적대봉을 오르는 것입니다.
적대봉을 오른 그들은 한 점 가릴 것 없이 훤히 트인 조망에 찬탄을 금하지 못합답니다.
그러한 그들은 다시 찾아오게 하는, 이제는 자기만이 아닌 가족들을 대동하고 친구들을 대동하여 다시 찾아오게 하기 위하여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자랑하며 다시 찾아오라고 권유할까요?
물론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청정해역에서 생산되는 미역․다시마․매생이 등 해초와 전복 등 해산물이 있고, 나아가 무형문화재인 월포문굿이 있으며, 김일기념체육관과 동초 선생의 묘소도 있습니다. 또한 현재 공사 중인 청석 생태공원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소개할 관광안내 책자가 하나도 없다는 게 작금의 우리 거금도의 현실입니다.
물론 이런 일들은 금산면사무소를 위시하여 금발회 등 관련 단체에서 추진해야 할 일이지만 그들의 힘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거금도를 위하여 제가 도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다가 제가 2005년엔가 ‘온고이지신이라고 거금팔경을 잊지는 말아야겠지만 없어진 것을 붙들고 자랑할 것도 못 된다‘며 신거금팔경을 찾아보자고 여러 향우님들에게 제안했던 것을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때의 제안들과 몇몇 뜻있는 분들의 의견을 취합하여「신거금팔경」이라 이름 짓고 나만의 부족한 해설 초안을 곁들여 제안하오니 부디 살펴보시고 고견을 부탁드립니다.
(꼭 팔경에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청석의 생태공원도 넣고 일정리 마을 뒤의 숨은 비경?도 있다고 하니 십경도 가능하겠지요!)
이 신거금팔경(혹은 신거금십경)이 정해지고 해설 안이 확정되면 관광안내 팸플릿으로 만들어 보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2 임진년 정월에
무적 김 철 용 배
제 1경 : 거금의 관문 금빛대교
육지를 향한 억겁의 염원이 12개의 교각과 2,028미터의 길이와 167.5미터의 높이로 섬을 뭍으로 이은 우리 거금의 관문이 국내 최초로 복층구조 금빛대교로 태어나니 5천여 명의 거금인과 2만 여명의 향우들의 마음이 하나로 이어지도다!
이 하나 된 마음으로 거금을 일구어 대대손손 무궁하리라!
사진명: 해무야 어디가니, 사진등록출처: 출사코리아 (photo by 화빈(花彬)님, 홈페이지)
제 2경 : 소원동산의 해돋이
지구 저 편의 어둠을 밤새 살라먹고 이글이글 말갛게 솟아오르며 온 천지를 붉게 물들이는 아침 해를 소원동산에서 바라보며 하루를, 한 달을 아니 일 년을 계획해 보라.
이미 당신의 소망은 절반은 이루어졌느니 이제 나머지는 그대의 몫이로다.
▼ photo by 푸른돌님 홈페이지, 거금도닷컴 푸른돌 갤러리에 보시면 많은 작품들이 남아있습니다.)
거금도에서도 오천 독섬을 배경으로 오메가를 볼 수 있습니다.
제 3경 : 적대봉의 조망
우리 국토를 침노한 왜구를 물리치는 절이도 해전과 뭍으로 오가는 여수배도 묵묵히 바라만 보았던 우리 거금도 역사의 산증인이자 거금도의 상징인 적대봉은 오늘도 자상한 엄마의 얼굴만큼이나 포근하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사방팔방은 아무 거칠 것이 없어 멀리 대마도까지 보이나니 여기가 바로 바로 우주의 중심인가 하노라!
제 4경 : 해안경관과 함께한 일주도로
때로는 백사장이 또 때로는 몽돌밭이 기암괴석과 어울려 끝없이 펼쳐지는 거금의 해안을 따라 일주도로를 달리면서 남해의 푸른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섬, 섬, 섬들을 보라.
또한 멀리 바라보이는 수평선은 보는 이의 마음에 원대한 기상을 불어 넣으니 거센 바람을 타고 만 리의 거센 물결을 헤쳐 나가고 싶지 아니한가!
제 5경 : 익금의 흰 모래밭
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백사장을 한가로이 노니는 갈매기들의 군무!
봄기운의 따사로움에 해안도 같이 생동하며, 여름에는 젊음이 꿈틀거리며 꿈과 낭만이 함께했는데 온갖 갯것들이 가을의 풍성함을 알릴 때
연인들의 밀어가 몰래 숨어드는 흰 모래밭은 그들만의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제 6경 : 오천의 물만내계곡
쉼 없이 솟아 흘러내리는 청수옥담은 거금도의 젖줄이자 생명수이다.
낮에는 녹음방초요 밤에는 두 개의 달이 함께 뜨니 여기가 바로 선계가 아닌가!
정다운 벗님들 초대하여 속세의 모든 시름 잠시 잊고 주태백이 되어볼까?
제 7경 : 송광암의 종소리
때로는 이기(利己)에, 때로는 아집(我執)에 물든 귀먹고 눈 어두운 중생들이지만 아침저녁으로 이어질 듯 끊어지며 끊어질 듯 이어지는 은은한 산사의 종소리에 부처님의 자비를 마음속에 새기면서 세속의 모든 번뇌를 깨끗이 씻어낸다.
제 8景 : 용두봉의 해넘이
종일 뜨겁게 자신을 불사르다 온 천지를 선홍색으로 물들이며 하루를 마감하는 서녘의 해를 바라보니 멀리 천관산도 붉게 타누나.
노을은 말없이 인간의 고뇌가 다 뜬구름만 같다면서 인생도 저처럼 아름답게 마감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잖은가!
아직은 확정된 것이 아니지만
아무래도 필력이 약해 거금팔경의 해설이 내가 생각해도 뭔가가 미흡하다.
누군가가 나의 이 고충을 해결해 주었으면 정말정말 고맙겠다.
(자미원님, 달그림자님, 진점규님, 이기복님, 박성준님, 강철현님, 황차연님, 천창우님 선창수님
등등등의 좋은 글을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