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엔 먼 날씨가 그렇게 쌀쌀했는지?
베란다에 잠자리를 마련해준 강아지들이 춥다고 창문을 철갑하는 큰애에게
"개가 무슨 추위를 타냐? 개는 깡추위에도 잘 견디도록 맨들어졌다"하였더니
우리 강아지가 어찌 개냐고 항변하는 아이에게 할말을 잃고 항상 자리를 피한다.
나 역시 강아지를 무척 좋아하지만 집안에 풍기는 개 특유의 냄새가 싫어 서다.
새벽 4시반.....
곁분 깨어날까 살며시 나서려는데
5시반에 깨워 줄테니 더 자라는 말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차창으로 들러 오는 새벽공기가 꽤 쌀쌀하다.
어둠이 거치지 않는 도로에는 이른 출근을 재촉하는 몇 대의 차량만이
한가하게 헤드라이트를 밝히며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도심을 벗어나 계곡을 따라 뻗어 있는 마을 길로 접어들자
개 짖는 소리와 양계장에서 들려 오는 닭 울음 소리가 오랜만에 느껴보는
정겨움이다.
아침이슬을 듬뿍 머금은 밭둑을 걸으며
바지가랭이를 양말 속에 여미어 본다.
김장용으로 파종한 배추며 무가 쌀쌀한 기온 탓인지
하루가 다르게 키재기를 한다.
논밭에서 자라는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욱 소리를 알아보고
농부의 호맬끝 정성으로 키운다고 했던가?
지난 여름 순천 아랫시장에서 조선쪽파 종자를 구하여
신주단지처럼 보관하다가 배추밭 옆 서더평과 배추며 무우둑 가장자리에 심었더니
초랭이 수염처럼 흙을 뚤고 나와 보기 좋았는데
그걸 시샘이나 하는양 비듬이며 바래기 지슴이 호맬끝이 안드러갈 만치
앞서 자라 연약한 새싹을 못살게 한다.
오전 해를 등에 지고 젖떼고 처음 호맬질을 시작하였다.
아풀싸 5분도 안되어 종아리가 저려 오고 나온배님이 아우성이다.
고작 서너평 호맬질이 힘들어 1분 작업 5분 휴식에 담배 한 대를 수 없이 반복하고서
지슴을 다 맸는데,
그 옛날 울 어메는 꽁보리밥 찬물에 말아 잡수고
웃밭 건너밭 넓디넓은 밭때기에 지슴 매느라 얼마나 등이 휘었꼬?.
좋은배추 수확하여 맛난 김장담궈 이젠 늙어 기력이 쇄하신 어메 찾아가
호맬질했던 이야기 안주 삼아 우리모자 막걸리 한 사발 하련다.
난 한번 잠이 들면 아침에 깨워야 일어나거든?
잠을 깊이 자는것이 좋은가? 아님 새벽 일찍 일어나는것이 좋은가??
하여튼 그것은 그것이고,
그 무더운 땡볕에 삐딱진 산 허리 옹삭한 밭고랑을 메고 또 메도 밭꼬랑은 줄어들지 않고,
타는 목마름을 한숨과 고통으로 참아오신 우리네 어머님들!
그 가쁜 숨소리에 젖어 자란 우리가 이제 50고개를 지나 중년을 넘어 가는데,
그때 비하면 부족할 것이 없을것 같은 현실속에서도
우리는 날마다 불평과 투정만 부리는 어리석음으로 귀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닐까?
날마다 감사함으로, 그리고 진실함으로 자신앞에 부끄럽지 않는 중년을 만들어 가보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