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 문정희
학창시절 공부도 잘하고 특별활동에도 뛰어나던 그녀
여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입시에도 무난히 합격했는데 지금은 어디로 갔는가
감자국을 끓이고 있을까
사골을 넣고 3시간 동안 가스불 앞에서 더운 김을 쏘이며
감자국을 끓여 퇴근한 남편이 그 감자국을 15분 동안 맛있게 먹어치우는 것을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을까 설거지를 끝내고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있을까
아니면 아직도 입사원서를 들고 추운 거리를 헤매고 있을까
당후보를 뽑는 체육관에서 한복을 입고 리본을 달아주고 있을까
다행히 취직을 해 큰 사무실 한 켠에 의자를 두고 친절하게 전화를 받고
가끔 찻잔을 나르겠지 의사부인도 교수부인 간호원도 됐을거야
문화센타에서 노래를 배우고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는 남편이 귀가하기전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갈지도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저 높은 빌딩의 숲,
국회의원도 장관도 의사도 교수도 사업가도 회사원도 되지못하고
개밥에 도토리처럼 이리저리 밀쳐서 아직도 생것으로 굴러다닐까
크고 넓은 세상에 끼지 못하고 부엌과 안방에 갇혀 있을까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