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할 여유도 없이 마음 바쁘게 길을 달렸다.
마음으로만 그리다
끝내 보지 못하고 본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 했는데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엔
그리운 사람은 그리워해도 죄가 될 것 같지 않다.
마른 코스모스 꽃잎을 꺼내어 보듯
거울 앞에서
세월의 흔적일랑 지울 수 없어도
애써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고 이 길을 갔다.
꿈을 꾸듯 파란 하늘을 따라
기쁨이 큰 만큼 약간의 긴장감마져 도는 이 절묘한 기분!
이렇게 인생의 반을 돌아
우정을 찿아 가을 길을 재촉하며 달려가도
마음은 벌써 친구를 만나고 있다.
성장한 딸 아이를 물끄러미 보면서
꼭 그만큼의 나이였을 때 그대들을
만나서 사랑했던 중학교 시절
더 없이 행복하고 좋기만 했다.
지금
이 시간에
그대들을 보는 것에 감사했다.
너무 나이 많아서 주름진 얼굴을 서러워 하면
마음 아플텐데
딱 지금이 좋다.
적당히 눈가에 고운 줄 한 두개!
아직은 소담스런 국화꽃같이 향이 있고
삶의 흔적이 모나지 않아서
보고 있는 나에게는
어제가 오늘인양 낮설지 않고
그 오랜 세월도 물처럼 덮고 휘돌아 가는 것 같다.
우리가 나누었던 이야기는
추억과 현실을 넘나들어
어제 보고 오늘 다시 본 얼굴처럼 웃음 꽃이 가득했다.
이제 절반의 시간을 다시 걸어가야 한다.
어쩌면 그 다지 얼굴을 맞대 볼 시간은 많지 않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은 공간은 여전히 안부를 묻고 안부를 전하는
전령사 역할을 하리라는 믿음이 나를 안심케 한다.
인생이 살아 봄직한 것은
때때로 이처럼 뜻하지 않는 시간에
이벤트를 펼치는 아름다운 섭리가 있음을
보게하는 까닭이다.
얼마나 설레고 재미나는 시간들이였을까
가히 짐작이 가는구나.
좋은 날에
좋은 친구들과
함께한
아름다운 만남들위에
그분의 축복이 더욱더 넘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