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질척거리는 길바닥 맨발의 슬픔으로
그대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
때로는 미농지처럼 바스락거리는 목숨으로
마른 꽃잎 한 장도 끼워 두었지
언제나 그대는 주소불명
편지는 반송되고
밤마다 허기진 불빛으로 돌아오는
남춘천 마지막 열차
나는 늑골을 적시는 겨울비에 진저리를 치면서
사랑을 예찬하는 모든 시인에게 침을 뱉았어
통금이 임박해 오는 목로주점
밤마다 흐린 백열전구 불빛에 흔들리며
차라리 자살한
어느 저음가수의 통속한 생애를 예찬했지
어디에도 출구는 보이지 않았어
인생은 지느러미를 잘리운 채로
어두운 바다 절망의 동굴 속을 헤엄치는 꿈
내 시간의 폴더에는
불러오기 파일이 손상되고
어느새 무서리 내리는 지천명
잠결에 듣는 바람소리에도 온 생애가 펄럭거리네
불현듯 자리에서 일어나 젊은날을 회상하면
자판을 두드릴 때마다 돌출하는 메시지
'당신의 인생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李外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