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상면 청룡 서 재 환 -
아무리 씨잘떼기 없는 인생이라도
오랜 세월 동안 공들인 보람이로
보돕시 세상 귀경을 하게 되는 거고
세상에 나온 이상은 다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건디
다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건디
언놈은 눈도 몬 떠보고 가고
언놈은 제 살붙이 얼굴도 몬 보고
언놈은 넘 다 달고 있는 육신도
제대로 몬챙기 나와서
평생을 한심만 쉬다 간다.
가만히 생각해 봐서
엔간히 살았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좀 추접스런 짓거리 그만 허고
그냥 살아 있는 것만이라도
고맙게 생각허고 산다먼
폴 다리가 성허먼
성헌 것이 아짐찮고
40, 50 넘어서고 한 살 두 살 보태지먼
오래 사는 것이 아짐찬고
쎄가 빠지게 바쁘고 일이 태산같으먼
헐 일이 있다는 것이 아짐찮은 거다.
만원 버는 놈이나
백만원 버는 놈이나
일억을 버는 놈이나
젝제금 돈 쪼개 쓰고
불릴 궁리 허는 거는 다를 거이 없고
만원 모둔 놈이나
백만원 모둔 놈이나
일억을 모둔 놈이나
맨탕 빈손으로 황천길 가기는
매 한가지다.
제 인생 제 멋대로 사는 거제 마는
살다가 한 본이라도
나가 어떻코룸 살고 있는지
나가 머땜시 사는지
명념허고 개득해 감시롱
조신 허고 살아갈 일이다.
맘을 넉넉허니 묵으먼
세상도 넉넉해지고
맘을 너그럽게 쓰먼
넘도 너그럽게 해주기 마련인디
울고 짜고 죽는 소리 맨란 해 봤자
꼬라지만 추접제 만구에 뽄날거이 없다.
나. 이렇게 사는 것도…
- 진상면 청룡 서 재 환 -
쎄가 빠지게 흙문지 속에서 보대낄 때는
하루에도 몇 본씩이나
에이구! 징헌놈의 농사 때리치워 삐리야제.'
혼자서만 냉가슴을 꽁꽁 앓지만
그래도 나락 가마니랑 콩가마니가
쭉담 욱에 태산 거치 쌓이고
오곡이 풍성허니 고방을 채우먼
'이만허먼 말껀디…!' 숨만 쉬도 배가 부르다.
쬐까지 숨 좀 돌리고
먼디 까금을 바라봉깨
볼쑤록 온 산에는 울긋불긋헌 단풍들이
살랑거리는 억새를 시키서 나를 꼬신다.
날잡아서 술장단 맞는 동무를 소리 허고
틉틉헌 막걸리 말이나 장만해 갖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올라가는 산길에는
낙엽이 재잘대고 바람은 가랑잎으로
동태를 궁구림시롱 따라온다.
산 좋고 물 좋고 단풍도 좋은
왼데미 꼴짝의 널찍헌 마당바구에
화로를 놓고 숯불을 피서
버얼건 잉그락불을 살룬다.
잉그락불 욱에 솔따까리를 뒤씨서 놓고
풋꼬치랑 조선패랑 오만가지 거십들을
밀가리에 걸쭉 허니 반죽해서
푸짐허니 부처리를 부친다.
따땃헌 부처리 안주에 막걸리 사발이
오월 단오에 춘향이 그네타덱끼
단풍을 띄워서 한잔 가고
하늘을 띄워서 한잔 오고
너 한잔 나 한잔
주거니 받거니
권커니 자커니
오락가락 허다봉깨
막걸리 내금새에 취헌
온 산 단풍들이 슬글슬금 까끔에서 내리와
꼬랑을 건너더니 동무 낯바닥으로 올라가고
술단지에 빠지더니 내 낯 바닥으로 올라온다.
나가 단풍놀이를 온건지
산천에 즐비한 단풍이 나를 덱꼬 노는건지
천지가 한통속이 되서
통∼짬을 모를 지경잉깨
신선 놀음이 따로 없구나.
사람 사는 것도
단풍이 드는 놈도 있고
사시장철 새파란 놈도 있고
일찌감치 나자빠지는 놈도 있고
낙락장송 허는 놈도 있는디
그냥 흙 속에 무치서 똥내나 맡고
엄는 것 거치 살다가도
철철이 이런 날이라도 잡아
언젠가 한본은 돌아갈 땅뙈기 가슴패기에
미리 앵기 보는 것도 참말로 개안타.
다. 전어 한 마리
- 진상면 청룡 서 재 환 -
귀 떨어진 상우에
전애 한 마리,
"어머님 잡수시이다."
며느리가 밀어 드리먼,
"아가! 괴기 묵어라!"
손주놈 밥그럭에 한덤벵이 덜렁 올리주고
"엄니! 아들 버릇 나빠지거만∼"
아들은 또 괴기 그럭을
할무니 앞으로 밀고,
손주놈은 묵고 잡아도 아부지 눈치에
짭은 무시 쪼가리만 뽈고,
디포리만헌 전애 한 마리가
밥상을 돌고 돌다가
식어 빠져 가지고
정지로 남아 나간다.
없는 집 밥상엔 찬은 없어도
오두고 감싸는 정이 많응깨
새끼들도
알토란거치
차돌맹이거치
탱글탱글 여문다.
※ 진상면은 전라남도 광양시 중동부에 있는 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