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요 몇일 끝물 더위가 보통이 아니죠?
오늘 저녁엔 그래도 시원한 바람이 한번씩은 훝고 지나네요.
느즈막히 안부 겸 재미 삼아 읽다가 가벼이 웃고 더위라도 잊었음 해서 퍼 옮겨 봅니다.
향우님들! 건강 살피시고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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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어도 입가에 웃음이 비질비질 흘렀다.
나도 보란 듯이 웨딩마치를 울린다. 그 지랄 같은 것들의 웨딩마치와 어디 비교나 할까?
지랄만 했으면 또 몰라. 꼴값들은 또 얼마나 떨었던가.
특히 친구랍시고 심심찮게 내게 모욕을 주던 '경혜'년은 어떤 얼굴을 할까?
상상만 해도 입이 벌어졌다.
"널 생각해서 그런 거야. 그 남자 나이가 좀 그렇긴 해도 너도 나이가 좀 많냐?"
나보다 18이나 더 먹은 노인네 후처자리를 들이 밀면서도 말이 많았다. 아까운 자리 운운하며 공치사를 해댄 걸 생각하면 지금도 분이 난다.
아무리 사랑에 나이와 국경이 무슨 문제이겠느냐마는 이건 기분문제였다.
"우리 애 아빠 거래처 사장인데 혼자된 지 꽤 됐다고 하더라. 사업상 외국에 자주 나가니 좀 좋아."
덕분에 외국구경도 싫건 하고 좋겠다며 다된 일처럼 열을 올렸다. 그 노인네의 재산을 들먹이며 공치사를 하는데 거간비래도 미리 챙겨 똥이 타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가뜩이나 작년 말부터 아홉수를 맞이하려니 마음이 심란해 있는데 연초에 '경혜'년이 불을 지른 것이다.
'내가 지더러 신랑감 구해 달라고 구걸을 했나, 외국에 나가지 못해 외제병에 걸렸나. 뭐 지신세가 부럽다고 침을 흘리기라도 했나, 미친년….'
이런 저런 일들이 떠오르며 그 때의 비참한 기분도 다 쓰레기 통으로 들어갔다.
나는 올해 서른 아홉 살이다.
내게 이런 행운이 오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자기 집을 직접 짓고, 정원수 하나하나 심는 일에 일일이 신경을 쓰는 남자. 스키와, 골프, 수영이 취미인 사람. 나를 만나면서 요리를 배우는 남자. 그림에 상당한 안목이 있고 각종 경매에 열중인 사람. 꽃 한 다발, 잡지 하나도 시시때때로 마음 써서 축하할 일을 만드는 남자. 박학다식이 왔다가 울고 가는 사람.
한마디로 부드럽고 다정한 이 남자가 내차지가 된 것이다.
"이 집엔 없는 게 없이 다 있네? 남자 하나만 기어들어 오면 끝나네??"
사람들은 우리 집에 와서는 누가 묻지도 않는데 꼭 <한소리>를 한다. 남자 하나만 기어 들어오다니?
같은 말이라도 참 재수없게 말하는데 재주가 넘치는 사람들도 결혼식에 다 초대해야지.
"오늘은 집에 심을 나무를 골라야 해요. 조경을 잘해야 집이 살거든요. 그리고 이번 주는 너무 바빠요. 동호회에서 야간스키대회를 하거든요."
내 남자가 이런 식의 말을 할 때마다 처음에는 오해를 하기도 했다. 한 달이면 고작해야 서너 번 만나고, 그것도 밤 10시면 일어서는 '원호'씨 보며 나를 정말 좋아하는지 의심이 갔다.
"'원호' 씨와 사귄다며? 그 사람 어디가 좋아? 눈빛도 몽롱하고 맨날 잠이 모자란 사람처럼 충혈돼 있고 말야. 무슨 마야그림을 샀다고 뻥이나 치고, 주식해서 돈 벌었다며 맨날 얻어먹기나 하고. 좀 이상한 사람 같아."
누가 노처녀 아니랄까 봐.
나 보기가 무섭게 떠들어 대며 심술을 부리던 '장길자'도 배 아픈 약을 꽤나 먹어야 할거다.
"니 눈엔 몽롱해 보여? 내가 보기엔 먼 나라 별로 보이던데? 이상하네….
하기야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의 척도로 남을 판단한다니 누가 말려?! 안 그래?"
'길자'는 나보다 세 살 아래다.
'그 동안은 서로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자매만큼이나 가깝게 지냈는데 '원호'씨가 나타나면서 둘 사이가 이상하게 꼬이더니 깨지고 말았다.
내 앞에서는 '원호'씨에 대해 흉만 보고 여러 가지 의심을 하다가도 정작 그이의 앞에서는 어찌나 꼬리를 치는지 구역질이 다 났다. 심지어는 페어플레이를 하자며 꼴값을 떨었다. 페어플레이라니?
그럼 지하고 나하고 삼각관계라도 된다는 말인가?
기가막혔지만 그 때는 나도 별다른 확신이 없던 터라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나보다 나이도 세 살이나 아래고, 또 솔직한 말이지만 얼굴도 나보다는 좀 나아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길자'년도 참 못쓸 년이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이 앞에서 번번이 자기는 대학을 나왔다는 걸 강조하면서 내 <야코>를 죽이려고 안달을 떨었다. 어찌나 <호호호홍> 하면서 아양을 떠는지 눈꼴이 다 시었다. 언젠가 '원호'씨가 그런 '길자'에 대해 한마디 한 적이 있다. 내가 결혼을 여태 못한 건 이해가 안 돼도, '길자'가 여태 결혼을 못한 이유는 알 것 같다며 두 사람이 친하다는 게 상상이 가지 않는단다.
'원호'씨는 우리 부서에 유일무이한 총각사원이어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원호'씨는 '길자'의 <호호호홍>에도 끄떡없이 나를 선택했다. 나를 선택한 건 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을 때, 처음에는 적잖이 실망했다.
편하다는 어감이 왠지 성적으로 쉬운 여자라는 뜻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함께 있어도 편하고, 떨어져 있어도 편한 여자는 자신의 엄마 이후에 처음이라는 설명에, 뵌 적도 없는 그이의 어머니가 고마웠다. '길자'가 그이를 험담할 때마다 밤새 여러 가지 일을 하느라고 잠을 자지 못해서 그렇다고 말하고 싶었다. 아버지의 일도 돕기 때문에 나와 데이트를 못하는 일도 잦았다.
결혼을 하면 그이가 설계하고 지은 집에서 그야말로 신데렐라 같은 신혼생활을 할 게다. 6년이나 연하인 '원호'씨와의 결혼사실을 사람들이 알면 얼굴표정이 어떨까? 특히 '길자'년이 혼자서 길길이 날 뛸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코끝에 깨소금 냄새가 폴폴 났다.
"깜짝 놀랄 겁니다. 하하하…. 내 <오피스테라>에 여자분을 이렇게 모시고 가는 건 처음이거든요."
'원호'씨는 자신의 방을 <오피스테라>라고 불렀다.
그 이의 집으로 가는 길에 나는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놀래서 기절을 해도 행복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이가 경매에서 샀다는 그 유명한 그림을 보면 무어라고 멋지게 한마디 해야 할 것 같아 밤새 궁리를 해 두었다.
스키와 골프, 수영에 대해서도 열심히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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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근데 이게 뭐야?'
그이의 집 앞에서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챘지만 오피스텔 문에 들어서자마자 더 기가막혔다.
아무 것도, 정말 아무 것도 없이 달랑 컴퓨터 한 대 뿐이다.
둘러 보아도 그림은커녕, '원호'씨가 말한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절이 강풍을 몰고 올 순간이다.
"내가 산 그림, 보고 싶다고 했죠. 잠시만 기다려요."
그이가 컴퓨터 전원을 넣고는 너무도 태연스럽게 또 각 또 각 자판과 마우스를 움직였다.
"아니, '원호'씨, '원호'씨…. 그럼 그 모든 이야기가…
사, 이, 버???"
마야부인의 얼굴이 가물가물하며 나는 뒤로 넘어갔다.
요즘이 시상이 아무리 사이버 시상이라지만.........ㅎㅎㅎ
재미있는 이야기네
원호씨가 너무한것 같기도 하고
뻥을 뻥뻥 치는 사람
부푼꿈이 물거품이된 사람
어쩌면 둘이 똑 같은것 같고 이
그래도
길자씨 편을 들고 싶네
나도 여자 이니까 ㅎㅎ
뒤로 넘어가는 길자씨 정신 차리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