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화 : 님비현상과 임비현상
이상 한파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오래된 아파트나 달동네의 일반 가정집은 수도관이 얼어 물을 사용할 수가 없는 생활의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부산의 아는 사람도 생전 처음 겪는 일이라고 하소연하고
내 사무실의 화장실도 사용을 못하고 있는지가 한 달여가 되어 간다.
보통 전력사용은 더운 여름에 피크를 이루는데 이번 겨울에는 지난여름의
최대사용량을 넘어 예비전력이 부족하다는 소식이다.
한편, 한반도를 찍은 밤의 위성사진을 보면 남한과 북한을 확연하게 구별할 수 있는데 그것은 빛의 밝기 때문이다.
곧, 남한은 서울을 비롯하여 많은 도시가 전깃불로 인하여 밝게 빛나고 있는데 북한은 평양 주위만 조금 환할 뿐 거의 암흑으로 나타난다.
그만큼 북한의 전기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자료에 의하면 북한의 발전량은 1990년 277억KW를 최고 정점으로 하여 이후에는 계속 하강곡선을 그려 2001년에는 202억KW, 2006년에는 186억KW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발전량이 적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발전시설의 노후화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발전량의 부족이 다시 산업발전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2006년 우리 남한의 총발전량은 3,812억KW으로 북한의 20배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1,487억KW를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전기는 산업발전의 주요 동력이자 현대사회에 있어서 필수적인 자원이다.
소식에 의하면 정부는 미래의 전기 수요에 대비하기 위하여 남도의 어느 곳에 원자력발전소를 계획하고 그 후보지를 선정하고 있다는데, 우리 고흥도 후보지 중의 한 곳이라고 한다.
각 지자체는 저마다 원자력발전소 유치에 대한 손익을 꼼꼼하게 계산하여 그 수용여부를 결정하게 되겠는데 우선 해남군 의회에서는 해남 유치를 반대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우리 고흥은 어떠하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또한 원자력발전소 유치에 대한 손익도 나는 계산할 수 없다.
그런데도 내가 원자력발전소를 운운하고 있는 이유는 「발전소(전기)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그 필요한 전기를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각자의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곧, 님비현상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혐오시설(화장장, 쓰레기매립장, 오폐수처리장 그리고 원자력발전소 등등)에 대하여 우리는 너무나 극단적인 님비현상을 보이지 않는가 하고 생각해 본다.
님비현상(Nimby, Not In My Backyard)은 ‘내 뒷마당에서는 안 된다.’는 이기주의적 의미로 통용되는 것으로, 혐오시설의 필요성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자기 주거지역에 이러한 시설들이 들어서는 데는 강력히 반대하는 지역 이기주의로 공공정신의 약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가는 이런 혐오시설이 지역의 주민들이 ‘일반적으로 큰 피해를 본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범국가적인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 곧, 시설의 완벽화로 예상되는 피해를 제로에 가깝게 최소화시켜 주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게 하여야 하며, 부동산값의 하락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복지시설의 확충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을 임비현상(Yimby, Yes In My Backyard)이라고 하는데 이는 님비(Nimby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반대를 찬성으로 바꾼 개념이다.
한편, 지역의 주민들도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 위하여 비쌔는 반대는 조금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쨌든 산업의 발전으로 인하여 전기는 계속 그 수요가 늘어가고 있고 그 수요에 충당하기 위한 대안이 원자력발전소뿐이라면 우리나라 어딘가에 원자력발전소는 세워져야만 하는데 ‘우리 지역은 절대 안 된다.’는 극단적인 님비현상에 의하여 국가의 계획이 표류하게 된다면 크나큰 국가적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쪼록 우리 고흥에의 원자력발전소 유치논의가 성숙된 군민의식이 반영되어 매끄럽게 진행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비쌔다 - ①어떤 일에 마음이 끌리면서도 겉으로 안 그런 체하다.
②남의 부탁이나 제안에 여간해서 응하지 아니하는 태도를 보이다.
③무슨 일에나 어울리기를 싫어하다.
어쌔고비쌔다 - 요구나 권유를 이리저리 사양하다.

헌데 돌아가는 모양새가 어째 좀 이상했다. 분명 진정성이 있어 보이는 반대 단체 인사들을 소위 ‘정신 나간’ 사람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는 차치하더라도 지역사회 기득권층을 자부하는 지방의회, 고흥군, 지역구 국회의원의 어정쩡한 태도 탓이다.
먼저 원전 신청 절차상 지방의회의 동의가 우선인 탓에 사실상 키를 쥐고 있는 것은 고흥군의회다.
원전유치와 관련 고흥군의회는 찬반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입장을 밝힌다는 계획이지만 의견수렴, 즉 주민의견의 잣대를 ‘찬반 동의서’로 삼으면서 되레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양상이다. 찬반단체 모두 각 마을을 돌며 동의서를 받는데 혈안이 돼있고, 이과정에서 유치 보상금을 미끼로 한 감언이설 등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니 빈대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격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이 모든 상황 책임의 한 축인 박병종 군수의 모호한 태도도 문제다. 한수원과의 사전 접촉설을 비롯, 투자유치 실패 등 ‘실정 덮기용’이라는 이런저런 지적에도 도무지 묵묵부답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채 발행에 동의해 줄 만큼 ‘집행부 거수기’라는 비난을 사고 있는 군의회라면 박 군수의 입장정리에 따라 쉽게 매듭이 지어질 수 있는 사안인데도 말이다.
무엇보다 지역사회의 얼굴임을 자처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인 박상천 의원의 아리송한 스탠스는 논란을 일으키기에 남음이 있다. 5선 국회의원으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을 좌지우지한다고 자부하는 그가 ‘꽃놀이패'를 즐기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어서다.
원전 유치가 이뤄지면 이를 기반으로 내년 4월 총선의 물갈이 여론을 피해갈 수 있고, 원전 유치가 없던 일이 되더라도 딱히 잃을 게 없다는 점에서 커져가는 지역사회 갈등에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의원은 지난 1998년 국민의 정부가 고흥을 핵발전소 부지에서 해제할 당시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당연히 지역사회의 ‘핵 악몽’을 끝낸 주역이라는 프리미엄을 등에 업었다. 말 바꾸기가 정치인의 덕목(?) 중 하나라고 치부하더라도 원칙과 소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원전 유치가 진정 지역민들의 먹고 사는 것과 직결되는 것이라면 지방의회, 지자체, 국회의원의 결단은 빠를수록 좋은 것은 불문가지다.(정근산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