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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신평(新平) : 옛날 난리가 났을 때 마을 앞 해안에 큰 암석의 동굴이 있어 주민들이 무사히 피하였으므로 平山岩(평산암)이라 부르다가 마을의 평안(平安)을 비는 뜻으로 신평(新平)이라 개칭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06.04.21 12:52

어머님-어부바

조회 수 1196 추천 수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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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좋아하는 우거지국 끓여 놓았는데 
늦더라도 집에 와서 저녁 먹어라.”
낮에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습니다.

"오늘,다른 곳으로 발령난 동료가 있어
같이 저녁 먹기로 했는데 어떡하지요?"
"약속 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조금만 먹고 집에 와서 먹어라.
사 먹는 밥이 살로 간다냐!"
 
"그럴께요..될 수 있음 일찍 갈게요.”
전화를 끊고 다 끝마치지 못한 일을 붙들고
끙끙대는 동안에도 어머니의 저녁 먹으러 오라는 말씀이
머리를 자꾸 맴돌았습니다.

내일 모레 지천명을 바라보는 아들,
혼자 밥 먹는 것 보기 싫다며
나 올 때까지 어머니는
저녁 식사를 하지 않고 기다리고 계실겁니다

어머니,아버지 당신들 드시려고
우거지국을 끓이셨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요즘  시험공부한다고 새벽잠을 드는 당신의 손주들,
그리고 늘 바삐사는 아들 먹일려고 끓이셨을겁니다
대단한 음식도 아닌,특별하게 맛있는 요리도 아닌
우거지를 씻고 다듬으시면서,
평범한 저녁 준비를 하고 국을 끓이시면서,
국솥 위로 푹푹 솟아오르는 뜨거운 김을 보면서
자식,손주들과 함께 나누는 밥 한 끼를 생각하셨을 겁니다.

펼쳐진 일감들을 그대로 둔 채 하던 일을 멈추었습니다.
오늘 못 끝내면 내일 하기로 했습니다. 
동료와의 저녁은  초밥 몇개로  떼우고-
마침 그 동료도 어제 외식을 하다가 
체해서 속이 안좋다하여-서둘러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 앞에 당도할 때쯤은 해넘이 무렵이었습니다.

숨을 멈추고 올려다 본  서쪽 하늘은
어릴 적 저녁 하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저런 하늘 아래서 날 저무는 줄도 모르고
놀고 있노라면 “ 밥 먹어.”하고
길게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곤 했습니다. 
땅바닥에 그어 놓은 금을 그냥 둔 채,
구슬이나 딱지를 대충 주머니에 구겨 넣거나
흙 묻은 손에 쥔 채 집으로 달려갑니다.
굴뚝에서 저녁연기가 오르고 흐릿하고
푸르스름한 이내가 집의 허리를 감싸며
천천히 마을을 감돌 때면
집집마다 아이들 부르는  소리가 들리곤 했습니다.
“네.”대답을 하지만 그냥 가는 법이 없습니다.
두 번 세 번 점점 커지면서
화가 난 듯한 목소리가 들려야 그제서 일어섭니다.

 
지금 어머니가 그 소리로 저를 부르시는 것입니다.
그 소리를 듣고 제가 집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뜨끈뜨끈한 우거지국에 금방 담은 겉저리 김치를 넣어
먹는 저녁밥은 넉넉하고 풍성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지난 몇 주는 무슨 일로 바빴는지
우리 다섯 식구 오붓이 하던 
저녁식사 자리도 거르고 지나갔습니다.

늙고 병드신 어머니가 몇 번이나 더 저녁 먹으라고
저를 부르실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땅따먹기 하느라 땅바닥에 그어 놓은
금을 그냥 둔 채 달려오던 날처럼 
저는 어머니의 추녀 밑으로 달려갈 것입니다.

연보랏빛 개망초 채 피기도 전에 
며느리를  묻고서 돌아서 울 수조차 없었던  슬픔을
가슴 속에 오롯이 묻어두고 차마 버리지도 못할
세상 살아오신 내 어머니..
자식 향한 파리한 모정 하나로 갖은 풍상
모질게 다스리며 질기게 이어온 당신의 헝클어진 삶의 매듭,
구고 또 헹구며 수십번의 계절을 마중하고
또 보낸 세월에 어느덧 솜털처럼 가벼워진 
아, 가난한 내 어머니.

굽어있는 당신의 등을보며,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입니다
검디검던 머리가 하얗게 센 모습을 보며 
눈물만 하염없이 흐릅니다
초저녁 잠 많으셔서 졸린 눈 부비며
늦은 귀가길의 아들에게 밥은 먹었냐며 춥지는 않냐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보이시는 당신..
세상에서 단 한분 이신 나의 어머니, 당신을 사랑 합니다..
 
당신이 정성을 다해 차려주신 우거지국이 놓인
오늘 저녁 식탁,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맛있게 먹은 만찬이었습니다   
 
-어머니란 스승이자 나를 키워준 사람이며, 
사회라는 거센 파도에 나가기에  앞서
그 모든 풍파를 막아내주는 방패막 같은 존재이다..
스탕달- 
 

  • ?
    그리움 2006.04.21 13:41
    친구야!!!
    너무나도 가슴이 찡한 내용이구나?
    우리네 어머니 그 모습이 그대로 살아있다고나 할까?
    그어릴적 친구들과 놀다보면 해가지는줄도 모르고 놀았지.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어머니께 근심을 덜어드리지 못했어 특히 나는....
    한번씩 모든기억을 더듬다보면 가슴밑바닥에서 울컥 치솟는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가슴이 너무 아파서 ...
    아버지께라도 잘해야지 하면서도 쉽지가 않은 것은 핑계일까?
    엄마 가신지 아직 3년이 안되었지만 실감이 나질않아.
    그냥 그대로 내곁에 계신 것만 같거든.
    난 그래 엄마가 보고싶을때면 화장실에 앉아서 실컷 우는것 남편도 모르게....

    의철아 !!!
    두어른이 계시면 잘해드려 후회하지 않도록...
    전화자주 드리고 ....
    경심이도 그렇고 물론 우리 친구들은 모두가 잘 할거야 그지...
  • ?
    2006.04.21 15:05
    철아!
    가슴이 쓰러내리네...
    여자는 출가외인이라 항상 마음뿐...
    잘해드린다는게 쉽지가 않구려~

    그리움!
    어머님이 가셨구나..!?
    아직 그 아픔을 모르지 난...
    올해 팔순이셨거든

    그래...
    항상 그리움으로 남을거야
    부모님의 그 높은 뜻은...
    늦었다구 생각할때 잘하구 살자
  • ?
    옆동네사람 2006.04.23 14:09
    글을 읽고 자판기에 눈물이 떨어집니다 내어머님도 팔순이 넘으셨는데
    봄에 말려논 자반 뭉치를 가을에 냉동실에서 꺼내주시던
    울엄마 생각에 자꾸만 가슴 한쪽이 아립니다
    부모님을 다시금 돌아보게하는  글 오래 기역하렵니다
  • ?
    사장나무집 2006.04.24 23:07
    이글이 너무 좋아서 퍼갑니다..
    월포사람인데요 월포 소식지에 실었습니다..
    좋은 글 올려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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