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1143 추천 수 0 댓글 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운동화가 녹인 세상+-


해가 서산으로 기울 때 한 청년이 어느 산 밑 외딴 집으로 돌아섰다..

한 노인이 그 청년을 따뜻하게 맞이 했는데 그 청년은 그 노인에게 단 하나뿐인 피붙이였다.

몇 달 전에 집을 나가 방황하다가 불쑥 나타났지만 노인은 그동안의 행적에 대해 아무것도 캐묻지 않았다

돌아온 아들이 그저 반가울 뿐이었다.

노인의 눈에 아들은 초췌한 모습이었다..며칠 동안 하루 세끼조차 제대로 먹지 못한 게 분명했다..

집까지 걸어왔기 때문인지 하얀 운동화에는 흙먼지가 뽀얗게 내려 앉아 있었다.

노인이 빙그레 웃으며 먼저 말했다.

"잘 왔다..배고프지?"

"방에 들어가 있어라.금방 밥상을 차려주마"

청년은 대신 밥을 짓겠다고 나서지도 못하고 부엌 앞에서 머뭇거렸다.

늙으신 아버지가 쌀을 씻고 밥솥에 손을 담그며 밥물을 확인할 때까지

청년은 부엌 문에 기댄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한 줄기 바람이 부엌안을 스쳐갔다..

노인은 아들과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잊고 있었다는 듯 빙그레 웃어주었다.

청년은 아버지의 미소가 부담스러웠는지 부엌 안으로 들어서지도 못하고 이내 돌아섰다.

서산으로 하루의 흔적을 남기며 사라지는 노을이 장작불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노인이 서둘러 차린 밥상에는 밥이 두그릇이었다.

하나는 방금 전에 새로 지은 밥이고.

다른 하나는 아침에 아들 몫으로 여유있게 준비했던 밥인데,차갑게 식어 있었다.

노인은 아들 앞으로 따뜻한 밥을 밀어 놓고, 자신은 된장국에 찬밥을 말아 먼저 먹기 시작했다.

청년은 입 천장이 다 헤어질 정도로 허겁지겁 먹느라고

아버지의 저녁밥이 아침에 지어놓은 찬밥이라는 사실을 생각지도 못했다.

시간이 흐르고 겨울밤이 찾아왔다,청년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다.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오자 잠자리에서 일어선 청년은 밖으로 나갔다.

부엌에서 아버지의 기침소리가 거칠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청년은 부엌을 살짝 들여다 보았다 아버지가 흙먼지 투성이였던 운동화를 깨끗하게 빨아

아궁이 불로 말리고 있었다, 운동화에서는 수중기가 모락 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청년은 발 뒤꿈치를 들고 살금 살금 걸어 방으로 돌아갔다.

이튿날 해가 중천에 떴을 때,청년은 잠자리에서 겨우 일어났다.

방 한쪽 구석에는 이미 밥상이 차려져 있었고, 그 옆에 편지봉투가 하나 놓여져 있었다.

봉투 안을 들여다 보니 편지 한장과 지폐 몇장이 눈에 띄었다.

편지에는 삐뚤삐뚤한 글씨체로 이렇게 씌여 있었다.

"사랑하는 아들아!"

나는 평생을 몸 하나로 살아왔다,너만은 험난한 이 세상을 머리로 살아가길 원했는데.....

다시 떠나고 싶을 때는 나를 꼭 한번 보고 가라, 내가 일하는 공사장은....

청년은 아버지가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말려놓은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몇 시간 후..청년은 어느 공사장 근처에서 몸을 숨기고 주위를 살펴 보았다.

등짐을 지고 가파른 계단을 따라 힘겹게 3층으로 올라가는 늙은 아버지의 뒷 모습이 보였다.

어느 새 청년은 눈물을  떨구며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며칠 후 노인에게 이런 편지가 날아왔다..

존경하는 아버님께!

제가 이 험난한 세상을 머리로 살아가길 원하셨지만.

저는 비로소 가슴으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곧 아버님 곁으로 돌아갈 거예요..운동화 속이 너무 따뜻해서 밤을 새워 걸어가겠습니다..


-+아침을 여는 행복 편지 글 중에서+-
?
  • ?
    미라 2005.02.20 15:15
    그옛날 아궁이에 운동화 말린생각이 나는 구만 따뜻한 이야기 잘읽고 정겹던 그시절을 생각나게 하며 아버지의 뭉클한 사랑 느끼고 ,,,,,,,
    그런데 선배얼구을 몰라보겠다
    길석아자씨는 알그는디 야 꼭 실물을 봐야그다 아무튼 늦었지만 동창 모임 서진을 보니 내모습 생각나는군
    늘 기쁨,감사, 행복가득하시길
  • ?
    충규 2005.02.20 21:38
    십리길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었던 그 까만 운동화 한켤레가
    우리에겐 정말 소중한 역활을 한 샘이었지?
    미라 후배 어떻게 잘 지내고 있는감?
    올만이구려 ....
    이렇게 찾아와 흔적을 남겨주고 고맙네..
    추운 날씨에 아그들 감기 걸리지 않도록 자 아알 돌보고
    올 한해도 아름다운 천사 역활 잘 해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선배 얼굴은 아마 몰라 볼꺼구먼,,세월이 넘 많이 흘렀으니까 말이여...
    짧은 2월도 이제 얼마남지 않았네 그려..좋은 하루 활기찬 한주 되시게나...
  • ?
    혜원 2005.02.20 22:57
    후배님!!!
    좋은글 잘 읽고 가네..... 가슴이 뭉클하며, 고향에 계신 늙으신 부모님생각에.....
  • ?
    충규 2005.02.21 05:39
    선배님 !
    감사합니다.....행복한 한주 되세요....
  • ?
    둘리 2005.02.21 05:48
    충규야!!!!!!!
    가슴에 와 닫은글 참으로 휼륭하구나.........
    조은글 마음에 담고가며 항상 좋은 일만 생기길 바라며!!!!!!
  • ?
    정미 2005.02.21 10:31
    가슴으로 살수있는세상...
    머리보담 가슴으로 아들에게 사랑을...
    세상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신 아버지
    내게도 그런 부모님이 계시기에.....
    충규야!
    좋은글 잘읽고간다.
    날씨가 차갑다 감기조심하고......둘리도 안녕~~
  • ?
    충규 2005.02.22 00:05
    우리 반 친구 (아기공룡 둘리)...정미야!
    반갑구나 !
    진솔한 모습이 담긴 이 글 이야기 속에서...
    가슴으로 느껴보며 또한 마음속에 따뜻한 사랑의 기운을 정말 받았는지 모르겠구나?
    그 따뜻한 작은 감동 하나로 부터 우리 마음의 문을 열며 살도록 하자......
    늘 건강하고 오늘 하루도 좋은 시간 되렴.....^^
  • ?
    바윗돌 2005.02.26 02:28
    참 새겨 읽어야 할 말이로다
    이렇게 존 글을 올려 많은 칭구들과 함께 한 충규님에 마음 또한 깊고 ........
    뜻 깊은 글 잘 읽고 간다오
    간만에 글을 남기니
    간만에 인살 나누니 미안 하구만
    님에 활동은 여전해서 참 보기 좋아요
    충규님!!!
    담에 또 들릴게요 그럼 안녕
    우게 님들도 건강하시고 행복 하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3 보고픈 친구들아 6 김점님 2005.02.24 1188
242 정월 대보름 유래..풍습 ..음식 5 박정미 2005.02.23 1424
241 어느 40대의 고백....(퍼온글) 6 박정미 2005.02.21 1560
» -+운동화가 녹인 세상+- 8 김충규 2005.02.20 1143
239 규사마 삶의 여유 5 규사마 2005.02.17 1212
238 -+복 받는 삶을 만드는 50가지 방법+- 4 김충규 2005.02.17 794
237 -+작은 기쁨이 있습니다 +- 2 김충규 2005.02.16 842
236 인호군아~~~생일축하한다~ 5 박정미 2005.02.14 1258
235 오늘은...발렌타인데이 라네요~~~ 3 박정미 2005.02.14 1237
234 영대야 반갑다. 2 소정희 2005.02.14 1073
233 고향엔..또 시댁엔... 다들 잘 댕겨온겨? 3 박정미 2005.02.11 1303
232 고향 내음에 술만 취하는구나? 4 둘리 2005.02.14 1226
231 애들아~ 복조리 가져왔떵~~ 5 박정미 2005.02.07 918
230 거금도로 3 서인호 2005.02.05 868
229 사진방 사진쪼매밝게 수정해 놨쓰요~ 기냥..... 2005.02.03 793
228 장미꽃....살째기 놓구 가야지~~ 8 박정미 2005.02.03 1061
227 기상특보(눈길,빙판길) 5 서인호 2005.02.01 1207
226 2월 첫날에...착각..잘만활용하면 삶의 비타민이 되어지기도 합니다. 7 박정미 2005.02.01 1093
225 친구들아! 웃음 보따리다 ! 4 김충규 2005.01.31 1185
224 -+행복한 사람+- 5 김충규 2005.01.31 892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24 Next
/ 24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