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동항에서 - 강영일
인적(人跡)이 멈칫한 저편 마을에도
물안개 파도(波濤)처럼 피어오르고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의 무게 외로운 섬 하나를 낳았네.
오손도손 이웃의 정(情)
저녁 연기(煙氣)처럼 모락모락 피어나는 곳.
파편(破片)처럼 버려진 그리움의 끝 소록도
고흥반도의 막내로 태어나
숱한 설움 가슴속 상처로 묻어두고
세월(歲月)을 진주처럼 품고 살았네.
수명다한 가전(家電)도구(道具)들처럼 버려진 채
기억에서마저 희미해진 망각(妄覺)의 세월(歲月)들
그들은 새벽 이슬을 마시며 남대천 연어로 돌아왔다.
육지(陸地)의 불빛이 그리워
까치발로 고개 내미는 사랑의 섬.
오선지가 다 되어버린 가슴속 공간 하나
아버지의 담배연기 닮은 동그라미 하나 그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