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김경근 교수의 “부모의 경제력과 자녀들의 성적이 비례한다.”는 연구 결과를 확인하고 보니 가난한 섬에서 근무하고 있는 나로서는 무척 속상하고 가슴 아프다. 더구나 학교 교육과 자식의 성공에 대한 믿음을 포기 할 수 없는 저소득 가정의 학부모들에겐 참으로 서럽고 통탄할 일이다.
부모의 가난은 바로 자식들의 낮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또 다른 가난의 충분한 이유가 되고 있다. ‘가난과 낮은 학력의 대물림’이 상식으로 자리 잡는 것을 보면서 유난히 생각나는 아이가 있다. 우리 반 아이 복인이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었다. 자동차수가 급증하면서 섬에서도 교통사고가 종종 일어나고 있는데 경운기를 타고 논에 가던 복인이 부모님이 사고를 당하신 것이다. 그 때부터 누나와 그는 어렵고 힘든 생활을 계속해야 했고 요즈음은 고3인 누나가 현장실습을 떠나버려 학교 기숙사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다.
그의 사정을 알게 된 것은 지난 3월 가정방문 때이다. 집에 들어섰는데 분위기가 유난히 썰렁하고 허전한 느낌이 들었었다. 예감이 이상해서 함께 간 아이에게 물어보니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누나와 둘이서 산다.”고 답했고 그 순간부터 그의 사는 모습은 나를 긴장시켰고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는 불편한 삶을 살고 있지만 전혀 그늘이 없다. 매우 밝고 명랑하다. 탁구를 매우 좋아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항상 웃는다. 학급의 어려운 일도 먼저 나서서 처리하고 급우들의 인기도 많다. 핸드폰을 갖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기에 스스로 포기하고 산다.
그의 가장 큰 소망은 대학에 가는 것이다. 어떤 대학을 가야 할지를 걱정하기 전에 어떻게 다녀야 할지가 문제다. 누나가 공장생활로 학비와 숙비를 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담임으로서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막막하다. “가정형편이 어려우니 대학보다 취업을 선택하는 게 어떻겠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그에게 큰 상처를 줄까봐 지켜보고 있다.
‘밥은 잘 챙겨 먹는지’, ‘급한 용돈이 필요하지는 않는지’, ‘친구들로부터 따돌림 당하지는 않는지’, ‘학교생활에 어려움은 없는지’, ‘공부는 열심히 하는지’는 하루하루 챙길 수 있지만, 그가 원하는 대학을 진학해서 졸업하는 소망을 이루기까지 나의 역할은 너무 부족하고 초라할 뿐이다.
그의 장래를 걱정하면서 공교육만으로도 대학 진학에 부족함이 없고, 모든 아이들이 공정한 교육의 기회를 누리고, 부모의 가난이 자식에게 더 큰 가난으로 이어지지 않는 그런 사회를 진정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따뜻한 마음과 맑은 영혼을 가진 우리 복인이 같은 아이도 열심히 노력하면 학비 걱정 없이 원하는 대학을 졸업할 수 있으며, 척박한 이 땅에 소중하게 쓰일 수 있는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그에게 진심으로 당부하고 싶다. 복인아! 불편하고 고통스러워도 가난을 원망하지 말거라. 작은 것을 가지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하면 된단다. 불행은 가진 것이 적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넘침에 있음을 기억하며 살자. 모자람은 채워지면 고마움을 알지만 넘침에는 고마움과 만족이 따르지 않는단다.
복인아! “너는 죄가 없다. ” 행복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는 것이란다. 우리 함께 최선을 다해 행복을 찾아보자. 불행을 물리치는 그 길을 함께 가자.
부탁이다. 제발 아프지 말거라. 아프면 더 서럽고 힘들단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2005년 9월에 거금도에서 씀)
부모의 가난은 바로 자식들의 낮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또 다른 가난의 충분한 이유가 되고 있다. ‘가난과 낮은 학력의 대물림’이 상식으로 자리 잡는 것을 보면서 유난히 생각나는 아이가 있다. 우리 반 아이 복인이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었다. 자동차수가 급증하면서 섬에서도 교통사고가 종종 일어나고 있는데 경운기를 타고 논에 가던 복인이 부모님이 사고를 당하신 것이다. 그 때부터 누나와 그는 어렵고 힘든 생활을 계속해야 했고 요즈음은 고3인 누나가 현장실습을 떠나버려 학교 기숙사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다.
그의 사정을 알게 된 것은 지난 3월 가정방문 때이다. 집에 들어섰는데 분위기가 유난히 썰렁하고 허전한 느낌이 들었었다. 예감이 이상해서 함께 간 아이에게 물어보니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누나와 둘이서 산다.”고 답했고 그 순간부터 그의 사는 모습은 나를 긴장시켰고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는 불편한 삶을 살고 있지만 전혀 그늘이 없다. 매우 밝고 명랑하다. 탁구를 매우 좋아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항상 웃는다. 학급의 어려운 일도 먼저 나서서 처리하고 급우들의 인기도 많다. 핸드폰을 갖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기에 스스로 포기하고 산다.
그의 가장 큰 소망은 대학에 가는 것이다. 어떤 대학을 가야 할지를 걱정하기 전에 어떻게 다녀야 할지가 문제다. 누나가 공장생활로 학비와 숙비를 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담임으로서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막막하다. “가정형편이 어려우니 대학보다 취업을 선택하는 게 어떻겠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그에게 큰 상처를 줄까봐 지켜보고 있다.
‘밥은 잘 챙겨 먹는지’, ‘급한 용돈이 필요하지는 않는지’, ‘친구들로부터 따돌림 당하지는 않는지’, ‘학교생활에 어려움은 없는지’, ‘공부는 열심히 하는지’는 하루하루 챙길 수 있지만, 그가 원하는 대학을 진학해서 졸업하는 소망을 이루기까지 나의 역할은 너무 부족하고 초라할 뿐이다.
그의 장래를 걱정하면서 공교육만으로도 대학 진학에 부족함이 없고, 모든 아이들이 공정한 교육의 기회를 누리고, 부모의 가난이 자식에게 더 큰 가난으로 이어지지 않는 그런 사회를 진정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따뜻한 마음과 맑은 영혼을 가진 우리 복인이 같은 아이도 열심히 노력하면 학비 걱정 없이 원하는 대학을 졸업할 수 있으며, 척박한 이 땅에 소중하게 쓰일 수 있는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그에게 진심으로 당부하고 싶다. 복인아! 불편하고 고통스러워도 가난을 원망하지 말거라. 작은 것을 가지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하면 된단다. 불행은 가진 것이 적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넘침에 있음을 기억하며 살자. 모자람은 채워지면 고마움을 알지만 넘침에는 고마움과 만족이 따르지 않는단다.
복인아! “너는 죄가 없다. ” 행복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는 것이란다. 우리 함께 최선을 다해 행복을 찾아보자. 불행을 물리치는 그 길을 함께 가자.
부탁이다. 제발 아프지 말거라. 아프면 더 서럽고 힘들단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2005년 9월에 거금도에서 씀)
격려와 함께 관심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아무쪼록 늘 제자를 사랑하는 스승이 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