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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5 01:27

할머니와 초코우유

조회 수 1940 추천 수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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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초코우유    

유난히 추운 겨울날, 하루 종일 감기몸살로 열이 펄펄 끓던
언니가 저녁이 되면서 기어이 자리에 눕고 말았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끙끙 앓는 언니의 이마에 찬 수건을
연신 갈아붙이며 잠시도 곁을 떠나지 않았다.

밤이 깊어지면서 언니는 조금씩 정신을 차리는 듯했다.
어머니는 하루 내내 아무것도 먹지 못한 언니한테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다.

그러자 언니는 "초코우유가 먹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게가 있는 읍내까지는 십리나 되는 먼 길이었다.
버스도 끊긴 지 오래여서 읍내까지 나갈 일은 꿈도 못 꾼
식구들은 초코우유 대신 꿀차를 먹이고는 잠을 자게 했다.

그때 할머니가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셨다.
"아이고, 와 이리 밤이 기노? 변소 좀 갔다 올란다."
그렇게 자리를 뜬 할머니는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으셨다.

화장실에도 없고, 혹시 어디에 쓰러지기라도 하셨나
걱정이 되어 집안 구석구석을 다 뒤지고 동네 앞까지
나가 보았지만 헛일이었다.

온 식구가 집 밖에서 초조하게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을 때
어둠 속에서 희끄무레한 물체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할머니였다. 우르르 달려간 우리는 오들오들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다그쳤다.

그러자 할머니는 가슴께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셨다.
그것은 놀랍게도 초코우유였다.
"돈이 없어 하나밖에 못 샀다. 이름 까먹을까 봐 계속
외면서 갔다아이가."
얼른 받아든 초코우유는 할머니의 품안에서 따듯하게
데워져 있었다.

숙연한 마음으로 할머니 뒤를 줄줄이 따라가는 우리
가족들의 머리 위로 또랑또랑한 별빛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

유난히 이 계절에 곳곳에서 할머니가 떠오르곤 한다.
때묻은 사진첩에서 ...
내 유년시절이 떠오를때 ..
당신 안계실때도 생각하라며 기어이 만들어주신 바구니들을 바라볼때..
국수를 말아먹다가 ..(유독 설탕물에 말아드셔야 했던 모습이..)
씽크대 앞에서..장롱 앞에서..
가끔 오실때면 철부지 손녀 힘들다고 당신이 때묻은 그릇이며 이불이며
잠시도 가만히 안계시고 손을 움직이시던 할머니.
만류에도 듣지않으시는 할머니에게 오히려 짜증만낸 철부지손녀는
지금 그 무한한 사랑을 한번이라도 돌려드리지 못한것을 이제서야 가슴아파한다.
유독 나에게 끝없이 쏟아주셨던 그 사랑을
가슴에 반만 채운채 마음만 외롭게 하고 떠나보냈다.
그리고
가시는 길도 배웅하지 못했다.
아이를 갖으면 절대 안정해야하는 체질인데 그때 하필 둘째아이를 ..
그렇게 마지막길도 외롭게 했다.
그리고 ..이렇게 가끔  할머니를 생각한다.
조금만 더 살뜰하게 대할걸..
내 곁에 조금더 머무르시게 할걸..하는 때늦은 후회와 함께...

이제 할머니에게 받았던 그 넘치는 사랑을 내 아이들에게 가득 쏟아부어야 할텐데......^^..


  • ?
    영이 2005.06.06 10:28
    낭만댁!!
    글을 다 일그고낭께 가슴이 뭉클해부요..
    심청이가 왔다가 울고 가불것소...그 효심에
    어렴푸시 생각이 나요 이런 글귀가..
    ( 不 孝 父 母 死 後 悔 )
    어버이 살아계실제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다음에 후회한다는...
    사는게 바빠서 울 가족 미게살릴려고 뒤돌아보지 않고 살다보면
    어느새 잊고사는게 부모님 아니것소
    한달에 용돈 며푼 드리는 것으로 전화 며통 한것으로 효도를
    다한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낭만댁은 할머니에 관한 추억이 많은가보요..
    난 아주 어릴적에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전혀 기억이 나질안은디...
    하지만 올해 91세 되시는 처 할머니는 살아계시지..
    우리큰애..둘째낳고 산후조리 할때 당신이 직접 우유병 들고
    키우셧거든(우리큰애가 10살 이니까 당신이 81세때)
    당신 몸도 가누시기 힘드실텐데도 기어코 당신이 해야하신다며
    손사래치시던 우리 처 할머니..
    언제나 밝고 건강하게 커가는 애들을 볼때면 할머니가 얼마나 고마운지..
    다행이도 아직은 건강 하시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베풀어 주신 은혜 반에 반이라도 가플려면 정말 잘해드려야 하는데
    나 또한 잘되질 않는구나....
    워낙 차타고 여행다니기를 좋아 하시는 분이니까 올 여름 휴가땐
    전국일주라도 시켜드리고 시픈디 당신 체력이 버텨내실련지...
    낭만댁~~
    가끔 시골에 다녀올때면 금진 선창에서 엄마 뵙곤 하는데
    건강 많이 회복하신것 같아 좋아 보이시더라.....
    할머니에게 다하지못한 효도 부모님께 다하면
    천국에 계실 할머니께서 더 기뻐하시지 않을까??


  • ?
    희자가 2005.06.09 11:30
    무늬야~~~
    어째이리 맴이 찡하고 가슴이 뭉클에 진다냐..
    그래,,,
    할머니의 사랑이 가득 담긴 바구니 지금도 눈에 선하네,
    유독 눈에 들어와 물으니?
    할머니가 만들어 주셨다고 했던말 기억하니??
    욕심많은 내가 얼매나 부로웠던지....
    지금도 잘 간직하고 있는감,,,
    조만간에 다시 봐야쓰것다.


    수기, 경숙, 선애야!!!
    무신 일이 고로케 바쁘당가??
    내가 아는 정보에 의하면 그대들은 "할머니" 단어에
    대해서 할 말이 많을텐데,,,,
    듣고 시퍼야...
    길~~~~~~게

    그럼 바빠서 야심한 밤에 보자.



  • ?
    봉숙 2005.06.09 11:58
    문희야 ,희자야...
    잘 지내지? 너무 무심하게 살아온 나에게 돌아가신 외할머니를생각하게
    해줘서 고맙다 ....
    나도 나중에 할머니 되서 그렇게 할수 있을까?
    모두들 바쁘게 사나부다 ..
    6월11일날 보자...
    그럼 안녕
  • ?
    윤대윤 2005.06.09 20:30
    문희야!
    한참을 읽다보니 벌써 6년전에 타계한 울 할머니 생각에
    눈물이 날려하네,
    자나 ,깨나 항상 장손인 이 손주만을걱정해 주었는데,
    어려서 흰 손수건에 사탕이며,떡이며,가져오시면
    제일먼저 주시고 했는데.......



    문희야, 희자야!
    인천 친구들 함 보자.
    연락할께
    기둘려라.

    아~~참~~~~참~~~~~
    깜밖했다.
    문희야!
    국가고시 합격 했다며,
    축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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