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05.01.05 16:04

섬에서 난 덕분에

조회 수 3766 추천 수 0 댓글 1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이번 달 내가 공부할 교재는 탐구동화이다.
섬에 대한 공부를 한다.
깊은 바닷속에 잠자고 있던 바윗물이 붉은 기둥으로 솟아올라 점점 식으면서 섬이 되었다.
바윗물은 드디어 꿈을 이룬 것이다.
가장 먼저 반가이 맞아 준 친구는 바닷물이다.
바닷물 형제들이 힘껏 달려와 섬에 부딪치는 달리기 시합을 한다.
그 덕분에 섬은 점점 파이고 깎이면서 절벽과 모래사장이 생겨나고 차츰 아름다운 모습을 하게 된다.
바람은 이 아름다운 섬에 씨앗을 날리고, 잘 자란 나무와 향기로운 꽃을 찾아 나비와 새가 모여든다.
미역과 파래는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고기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먼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고 돌아가던 어부들이 이 멋진 섬을 발견한다.
밭도 만들고 집도 짓고 샘물도 찾아낸다.
뭍으로 가서 가족들을 데리고 오면서 섬 마을이 만들어진다.
........
유치부와 1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부다.
한창 똘망똘망한 눈을 하고 수업 시간 내내 선생님 얼굴을 뚫어져라 본다.
“선생님 섬에 가 보셨어요”
“그럼”
“선생님, 섬에서 살아 보셨어요?”
“살았지”
“선생님, 섬에서 오랫동안 살아보셨어요?”
“아주 오랫동안 살았지”
“선생님 섬에 어떻게 가요?”
“차 타고 가지”
“배 타고 가는 거 아니에요?”
“음, 선생님은 차를 타고 차가 배를 타지.”
“우~~~~ 엉터리,엉터리에요. 어떻게 차가 배를 타요?”

아무래도 이 녀석들을 아름다운 섬 내 고향 금산으로 데리고 가야 할 모양이다.
자기네들이 아주 좋아하는 김이 공장에서 만들어져 수퍼에서 살 수 있다고 알고 있는 도시촌놈들이다.
익금! 그 고운 모래밭과 속이 훤히 보이도록 맑은 바닷속이 찍힌 사진을 내걸고 공부를 한다.
지도위에서 거금도를 찾고 거기 한 가운데 내가 살던 집이 있다고 설명을 한다.
지난달에 너희들이 인사드렸던 할머니(나의 어머니)가 지금 거기에 계신다고 손가락 짚어가며 말한다.
이 아이들은 학교 끝나면 무얼하냐는 나의 질문에
학원에 가고 공부하고 게임하고 TV를 본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나에게 방과 후엔 무얼했냐고 묻는다.
나는 명절 전 며칠 동안 궁전 앞바다에서 바지락을 캔 기억이 있다.
지난 여름 차를 타고 다녀왔던 멀리 월포 앞바다까지 그 어린 나이에 걸어다녀 온 적도 있다.
겨우내 그 지긋지긋한 김에 얽매여 지내 온 기억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고구마밭 매던 더운 날도 기억나고 마늘 심던 허리 휘던 그날도 아직 기억에 있다.
집 뒷산이나 마을 윗산까지 가서 나무를 해 온 날들도 어제처럼 환하다.
수도가 없던 그 시절 고랑샘에서 물 여 나르느라 선생님 키가 이 정도에서 멈춘 것 같다고 말해 버렸다
당시 나는 이러한 노동(?)에 결코 즐겁거나 재미있거나 보람되거나 하는 어떠한 의미도 달지 않았다.
그저 해야 할 일이였는데, 그게 싫어 게으름을 피웠다.
그때는 방과 후 그렇게 보내야 했던 나의 현실을 참 많이 힘들어했는데
이 철없는 아이들이 날 신기하게 여기며 재미있었겠다고 부러워한다.
지금 나는 무척 행복한 부자다.
아이들은 나의 토론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섬에 대한 많은 것들을 조사해 온다.
나는 내가 살았던 나의 섬을, 나의 시간을, 나의 기억을 그대로 끄집어내기만 하면 된다
아름다운 나의 섬, 거 금 도!
나는 이미 그에게서 많은 것들을 받았다.

섬에서 난 덕분에
신년 정월 한달 내내 나는 계속 행복한 부자로, 아주 재미 난 공부를 하며 살 것 같다.

  • ?
    미선 2005.01.05 23:08
    은숙!
    소시적 부터 싹수(?)가 보이더니만
    역시 그길로 나섰구나
    맑고 고운아이들과 그런 생활 참 많이부럽구나
    학교다닐때에도 나에겐 글쓰기 숙제가 말그대로 숙제였는디
    너의 가까운 곳에 자리했던 내가 보기엔
    넌 즐거움으로 여겼던거 같은데 내말 맞지?
    은숙 선생님 !
    반가운 마음에 꼬리말을 달긴해야겠는데
    어법과 문장려 딸린 친구가 영 부끄럽구만
    글쓰기 선생님이 아닌 친구라네 예쁘게 봐주소
    글쎄와 장난기로 친구에게 한마디한 무서운 친구(?)
    여러가지로 부럽구만 좋은글 많이많이 부탁허네
    또보세 반창회전에 몇번은 더 이곳에서 만날수 있었음 좋겠다 .
    다른 친구들과 함께 말일세 안녕.

  • ?
    유현숙 2005.01.05 23:40
    은숙아
    오랜만이네
    내가 은숙이 한테 빚진게 있지
    학교다닐때 겁나게 내가 놀리고 괴롭혔지
    미안해 나는 세월이 흘러 기억력이 쇠퇴하여 잊어버렸는데
    은숙이는 잊지 않았나 보네
    겁나 미안하고 그날 오면 정식으로 내가 무릎꿇고 사죄하지
  • ?
    미선 2005.01.06 13:12
    현숙아
    너의 목소리가 들리는것 같다야
    내가 무릎꿇고 사죄하지? 더무섭다야?
    너의본래 모습대로가 내가 보기엔 더 멋져
    은숙이도 그런 사죄를 바랄까?
    아뭏튼 그날 봐야지?
    은숙이와 현숙이의풀어야할 과제???????
  • ?
    노 양 2005.01.07 21:26
    현숙!!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친구!
    오늘 밤은 너무 늦었고, 내일 낮에 전화함세
    우리 오래 된 컴이 자꾸 입원을 하는구먼!
    오늘 낮에 돌아왔는데, 내가 일이 끝나면 늘 이시간이 되니...
    내일은 꼭 전화 넣을거구먼!

    참 고마운 미선!
    수고하는 맘 다 짐작하면서도 맘을 다 전하지 못했네
    우리집은 늘 시끌벅적이니
    당신의 아름다운 공주님들만 괜찮다면,
    토욜(22일)에 얼마든지 우리집서 놀 수 있을것이네
    자주는 못 들어오지만
    들어올때마다 마음이 많이 설레는 곳이 여기라네
    바쁜 방학이 지나고 나야만,
    여기서 많은 그리움을 여유롭게 만날 수 있을텐데....
    이렇게 어정쩡한 나이에 마음을 붙일 곳이 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런일이지.
    참 고맙게 생각한다. 미선아!

  • ?
    미선 2005.01.08 01:05
    은숙아
    그런마음으로 받아주어서 기쁘구나
    아무것도 아니지만 앞에 나선다는게 약간 부담스럽거든
    사사로운 이야기로 칸을메워가는게 좀 그렇고
    이런저런 아야기 들쳐 내는것 싫은 친구도 있나봐
    하지만 싫은 친구보다 그리워하는 친구들이 많을거라고 생각하고
    욕좀먹고 나서고 있구나
    그리고 22일엔 우리 하늘님께서 3공주 기꺼이 맡아 주신단다
    지난번 하늘님 모임때 1박 2일 웃으면서 받아주었거든
    그리고 이번기회에 안봐주면 땅으로 추락할것을 미리 알겠지?
    은숙아
    너희 가족애 정말 대단하다 !!!!!
    지난번 시댁 동네향우회에서 올케 만났는데
    시댁동네 어른들께 정말 잘하시더라
    동네 같은 자리에 있는 다른 며느리가 칭찬 하드라고 전하렴
    바쁘다고잊어버리지말고 시누이의 한마디가 힘이되지 않을까?
    오지랍도 넓다고 욕하지 말고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살고 있다는 은숙아 건강 잘챙기고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되길.......
  • ?
    희숙 2005.01.09 14:09
    은숙아
    아이들 앞에서 동화속 목소리를 내면서
    열심히 가르치고 있을 너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 섬은 우리에게 많은 추억을 주었다.
    너의 집 따뜻한 골방에서 얼마나 많은 웃음과 일들이 벌어졌는지
    항상 너의 방에는 사람으로 가득했던 기억이 난다.
    발짱도 함께 치고, 추석에는 엄마들 한복 몰래 꺼내와 너의방에서 입고
    사장나무아래에서 강강술래도 했었고
    보름에는 집집마다 돌면서 커다란 김밥을 얻어다 너의 방에서 먹었지
    한마디로 너의 방은 우리들의 아지트였다.

    미선, 미숙, 현숙
    반창회를 추진한다고 정말 재미있겠다.
    40넘은 아줌마들 얼마나 많은 넉살을 이야기할까?
    즐겁고 멋진 반창회가 되길 빌어줄께. 나중에 소식전해다오

  • ?
    노 양 2005.01.11 12:44
    희숙아!
    무심한 날 용서해라,
    참 긴 시간동안 난 문을 닫고 살았다.
    얼마나 미련한 짓인지 몰랐던거지.
    어느새 이렇게 많이 살아 온 내가 이제사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찾는다.
    작은것까지도 기억하고 있는 네게 자꾸 미안한 맘이 든다.
    너무 소원한 우리!
    한 동네서 살았으면서 .........
    너 여름방학에 친정가고
    나 여름방학에 친정가면
    만날 수 있으려나???
  • ?
    희숙 2005.01.12 10:32
    노양?
    우리가 경진이랑 진숙이랑 만나서 추억이야기를 하게된다면 얼마나 이 섬이 아름다운지와
    우리가 남들보다 훨씬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 같다.
    그 추억속에 너의 방이 있었고 열아홉살때까지 함께 한 많은 아야기들이 있었다.
    그런데 한가지 지금도 기억나는 부러운 것 있는데
    너 모르지?
    너네 집은 고구마를 잘 보관해서 늦은 봄까지 고구마를 삶아 먹었는데 우리집은 워낙 식구가 많아
    너네 집보다 먼저 없어졌거나 썩었지. 나 그 때 그고구마 엄청 부러웠다. 그래서 지금도 난 고구마를 감자보다 훨씬 좋아하고 사시사철 먹고있단다. 몰랐지?
    여름방학때는 바쁠것 같고 가능하면 명절에 한번 보자
  • ?
    방랑객 2005.03.06 11:15
    와! 옛날생각 절로나게 썻네여..아른 아른거리네..^_________^;;;
  • ?
    충호 2005.04.03 15:26
    금고 게시판에 우연히 들러 자석에 이끌리듯 처음으로 미끌어진 곳이 은숙이 글창이네.
    은숙아. 방갑다. ㅎㅎㅎ
    골몰 우리 동네 정취가 물씬 코끝을 자극하며 잔잔한 감동을 일게 하는구나.
    고향을 담은 글 잘 보았다.

    이 곳은 금남의 집인 것 같기도 하고 금고 게시판이지만 지나가는 과객의 무례함으로 조금 실례를 범한 듯 하네.
    그 심정 헤아리리라 믿고 그냥 스쳐지나갈 수만은 없음을 이해해 주길....

    정겨운 이름들
    은숙 미선 희숙 경진 진숙 !
    건강하고 행복하길~~~~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종고2회 동창회 회칙 2회 동창회 2006.02.28 16653
246 감사합니다. 김양현 2003.11.05 2370
245 뒤를 한번 돌아봅시다 11 김문학 2003.12.16 2251
244 좋은 말은 듣기가 넘 좋아요 3 김수현 2004.03.05 2244
243 준비된 사람 4 조흥남 2004.05.15 1913
242 정말 진짜 참 부자가 되는 법칙 2 조흥남 2004.05.26 2214
241 2회라는 이유만으로 11 윤희숙 2003.11.25 2009
240 썰~렁... 작은 소망을 품은 아름다운 새해..... 10 노인단 2003.12.19 2087
239 나쁜 새이들 10 이욱현 2004.04.08 1984
238 김문학 "친구의 부친상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 김수현 2004.06.19 2023
237 괜찮은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8 박의남 2004.07.21 2227
236 고 김 일광 친구의 명복을 빕니다. 6 김수현 2004.08.28 2155
235 중년의 삶 3 박의남 2004.10.30 1909
234 바다가 보이던 창가에서 18 희숙 2004.11.22 2145
233 12월 1일 15 진유복 2004.12.02 2266
232 길 잃은 날의 지혜 12 희숙 2004.12.03 1949
231 팔공주 19 희숙 2004.12.14 2782
230 올해의 스승상 수상 "정진옥 선생님" 고맙습니다. 3 김문학 2004.12.17 2295
229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8 김문학 2005.01.02 1767
228 보고 싶은 친구들에게 5 김인숙 2005.01.05 1780
» 섬에서 난 덕분에 10 노은숙 2005.01.05 376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3 Next
/ 13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