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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도전 : 박치기왕 김일 [57]

by 운영자 posted Jul 0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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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승 역도산에게 늘 따라다녔던 의혹 중의 하나가 스승이 어느 정도 야쿠자와 연관 관계를 맺고 있었는가였다. 스승과 야쿠자의 관계, 이것은 스승만이 아는 것이기에 사실 난 잘 모른다. 야쿠자 하면 떠오르는 것이 폭력적 집단이다. 따라서 일본에서 절대적 영웅으로 추앙받았던 스승이 야쿠자와 연관됐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스승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것이고 팬들은 실망하며 스승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그래서 스승은 야쿠자와 연관은 맺지 않았다.


pho_200607180905440501000005010100-001.jpg
↑ 내가 밤의 보스같다. 1960년대 후반 한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 찍었던 사진이다.
내가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다면 사람들은 잘 믿지 않았지만 이 사진이 믿게 해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왜 스승과 야쿠자 간의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을까? 솔직히 스승이 레슬링을 흥행시키기 위해선 밤의 문화를 지배하는 이들과의 교류를 완전히 끊을 수는 없었다. "가까이 하면 뜨겁고, 멀리하면 춥다"란 말이 있다. 이른바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다.

스승의 체육관에는 야쿠자 오야붕(두목)들이 가끔씩 찾아오곤 했다. 이들이 스승을 찾는 이유는 스승과의 제휴였다. 야쿠자들 처지에선 프로레슬링에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정·관계와 제휴를 맺을 수는 없지 않은가.
 
프로레슬링은 사나이들이 피가 터지게 한판 승부를 펼치는 무도였기에 야쿠자들은 그런 레슬링에 매력을 느꼈다. 그들은 스승과 손을 잡지 않고는 프로레슬링 세계로 한 발짝도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스승은 그런 야쿠자들의 제휴를 거부했지만 더 이상 뿌리칠 수만은 없었다.
 
프로레슬링 흥행 측면에선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서로가 협조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점차 바뀌었다. 만약 폭력과 불법이 개입되면 그땐 가차없이 정리하면 된다는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스승이 그런 고민을 거듭할 때 한 명의 사나이가 나타났다. 동경 긴자에서 세력을 떨쳤던 동성회 오야붕 정건영이었다. 그의 일본인 이름은 마치이 히사유키. 그는 일명 '긴자의 호랑이'였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스승과 정건영은 아마도 스승의 비서였던 요시무라 요시오가 연결시켰던 것 같다. 정건영과 요시무라는 절친했던 사이였다. 재무와 행정 쪽에 눈이 밝았던 요시무라는 정건영이 동경 긴자에 자리 잡았을 때부터 잘 알고 지냈다.
 
앞서도 말했지만 스승은 철저히 조국을 숨기며 살았다. 하지만 요시무라는 스승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스승의 고향, 스승의 고뇌, 야망, 나아가 자금 사정까지 꿰뚫고 있었다. 요시무라는 그런 스승이 발설하고 싶지 않았던 비밀은 절대로 입밖에 내지 않았다. 그는 비서의 기본적 자세와 요건을 다 갖췄다. 어떤 상황을 봐도 못 본 척, 어떤 자리에서 중요한 애기를 들어도 못 들은 척했던 사람이 요시무라였다. 그래서 스승이 요시무리를 더욱 믿었는지 모른다.
 
요시무라는 어느 날 스승에게 "긴자에 조선족 출신 야쿠자 오야붕이 있다"며 그가 스승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은밀한 제의를 전했다. 스승은 되도록이면 야쿠자들을 만나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긴자에서 활동하는 거물급 인사가 조선인이란 사실에 귀가 솔깃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때 스승은 즉답을 피했다.
 
어느 날 나를 불렀다. 그리곤 "누구도 모르게 정건영이 누구인 줄 알아봐라. 그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진짜 조선인 출신이 맞는지 등을 알아봐라"는 것이었다. 나도 정건영에 대해 많이 듣고 있었다. 따라서 그에 대해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스승에게 정건영에 대해 파악했던 이런저런 정보를 전했다.
 
그랬더니 스승은 "나도 그쯤은 안다. 더 깊이 알아봐"라고 했다. 스승은 그가 밤의 문화를 어느 정도 지배하는 인물인지 그의 힘을 궁금해 했다. 왜냐하면 당시 일본 최대의 조직으로 부상하고 있는 야마구치구미 쪽과도 깊은 연관을 맺었던 인물이 정건영이었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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