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엔 뒷간을 갔다온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때는 전기가 없었다.
그래서 촛불을 써야 했는데
그도 비싸 호롱불을 주로 켰다.
호롱불은 종아리에 담은 것도 있었지만
집안 여러군데 만들어야 함으로
대접에다 콩기름을 부어 만들기도 하였다.
창호지를 돌돌말아
콩기름을 뭍히고 끝부분은 잘 타게 놔두면
이것도 꽤 괜찮았다.
그 호롱불에 검은 김에 섞인 푸른 파래를 골라내는 일을 하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밝은 전구가 있었더라면 그 일이 훨씬 수월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또, 이때 사귄 친구가 아랫집 금희인데
금희는 학교가기 전에는 나하고 놀았는데
초등학교를 광주로 가게되서
나는 여름방학만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금희는 어김없이 도시아이의 하얀 얼굴에 피부를 가지고 돌아왔는데
그건 내가 우리동네 아이들한테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보면
소년이 윤초시댁 손녀 딸의 하얀 피부에서 색다른 느낌을 갖게되는데
그런 느낌을 내가 가졌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당시 우리집은 집앞에서 보면 부엌,큰방, 마루, 모방 이렇게 돼 있었다.
뒷간(또는 치깐)을 가려면 방을 나와 논시밭을 돌아서, 돼지우리를 지나,
뒷간 앞에 서있는 두 그루의 단 감나무를 거쳐야만 했다.
즉, 냄세가 나서 일부러 멀찌감치 뒷간을 둔 것이었다.
그리고 뒷간에는 호롱불을 켜지 않았다.
또, 당시에는 화장지가 없어서
처음에는 볏단에서 보드라운 지푸라기를 먼들어 가져다가 닦았다.
얼마 지나자 새농민 잡지가 나왔고
새농민 잡지는 귀한 책이 되었다. 휴지로 쓰는 중요한 잡지였다.
한혜숙이 광고에 많이 등장했는데
지금까지 독신으로 지네는 거 보면 신기하다.
또, 서민호씨가 나왔던 달력을 집집마다 가지고 있었다.
달이 훤한 날은 그나마 맘이 편했고, 별도 총총하니 일보기가 수월했다.
허나, 항상 달이 뜨던가?
작은 일은 돼지우리 옆에 둔 요강에 볼수 가 있었지만
큰일은 만만치가 않았다.
뒷간을 갈때는 누이는 꼭 나를 데리고 다녔던거 같다.
그리고는 어김없이 들어가서는 한참있다가 꼭 묻는다.
"양헨아, 거기있어?"
"응, 나 여기있어"
누이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 The End -----
***********
* "근데 내가 없었을 때는 어찌 했을까?"
누이한테 아직 한 번도 물어본적이 없는 데
지금 물어보면 앞으로 김치찌게나 보쌈은 국물도 없는거 아니여?
** 기오가 졸라서 오늘은 하루에 두 꼭지나 쓰게되었다.
그때는 전기가 없었다.
그래서 촛불을 써야 했는데
그도 비싸 호롱불을 주로 켰다.
호롱불은 종아리에 담은 것도 있었지만
집안 여러군데 만들어야 함으로
대접에다 콩기름을 부어 만들기도 하였다.
창호지를 돌돌말아
콩기름을 뭍히고 끝부분은 잘 타게 놔두면
이것도 꽤 괜찮았다.
그 호롱불에 검은 김에 섞인 푸른 파래를 골라내는 일을 하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밝은 전구가 있었더라면 그 일이 훨씬 수월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또, 이때 사귄 친구가 아랫집 금희인데
금희는 학교가기 전에는 나하고 놀았는데
초등학교를 광주로 가게되서
나는 여름방학만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금희는 어김없이 도시아이의 하얀 얼굴에 피부를 가지고 돌아왔는데
그건 내가 우리동네 아이들한테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보면
소년이 윤초시댁 손녀 딸의 하얀 피부에서 색다른 느낌을 갖게되는데
그런 느낌을 내가 가졌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당시 우리집은 집앞에서 보면 부엌,큰방, 마루, 모방 이렇게 돼 있었다.
뒷간(또는 치깐)을 가려면 방을 나와 논시밭을 돌아서, 돼지우리를 지나,
뒷간 앞에 서있는 두 그루의 단 감나무를 거쳐야만 했다.
즉, 냄세가 나서 일부러 멀찌감치 뒷간을 둔 것이었다.
그리고 뒷간에는 호롱불을 켜지 않았다.
또, 당시에는 화장지가 없어서
처음에는 볏단에서 보드라운 지푸라기를 먼들어 가져다가 닦았다.
얼마 지나자 새농민 잡지가 나왔고
새농민 잡지는 귀한 책이 되었다. 휴지로 쓰는 중요한 잡지였다.
한혜숙이 광고에 많이 등장했는데
지금까지 독신으로 지네는 거 보면 신기하다.
또, 서민호씨가 나왔던 달력을 집집마다 가지고 있었다.
달이 훤한 날은 그나마 맘이 편했고, 별도 총총하니 일보기가 수월했다.
허나, 항상 달이 뜨던가?
작은 일은 돼지우리 옆에 둔 요강에 볼수 가 있었지만
큰일은 만만치가 않았다.
뒷간을 갈때는 누이는 꼭 나를 데리고 다녔던거 같다.
그리고는 어김없이 들어가서는 한참있다가 꼭 묻는다.
"양헨아, 거기있어?"
"응, 나 여기있어"
누이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 The End -----
***********
* "근데 내가 없었을 때는 어찌 했을까?"
누이한테 아직 한 번도 물어본적이 없는 데
지금 물어보면 앞으로 김치찌게나 보쌈은 국물도 없는거 아니여?
** 기오가 졸라서 오늘은 하루에 두 꼭지나 쓰게되었다.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잠을 잔 관계로
요강의 덕을 톡톡히 보며 자란 행운아
글쎄 누이들은 힘들었겠네
나도 물어볼 수도 없구. ㅎ ㅎ ㅎ
즐거운 시간 고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