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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일정(日亭) : 옛날 마을에 우물이 하나 뿐이어서 一井(일정)이라 부르다가 나중에 마을에 우물이 많이 생겼으며 마을 앞에 수백년된 정자나무가 있어 정자나무를 중심으로 해와 같이 밝고 둥글게 살자는 뜻으로 日井(일정)으로 바꾸었다가 정자정(亭)자를 붙여 일정으로 개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04.11.28 04:49

뒷간 갔다 오깨라!

조회 수 4068 추천 수 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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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엔 뒷간을 갔다온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때는 전기가 없었다.
그래서 촛불을 써야 했는데
그도 비싸 호롱불을 주로 켰다.

호롱불은 종아리에 담은 것도 있었지만
집안 여러군데 만들어야 함으로
대접에다 콩기름을 부어 만들기도 하였다.

창호지를 돌돌말아
콩기름을 뭍히고 끝부분은 잘 타게 놔두면
이것도 꽤 괜찮았다.

그 호롱불에 검은 김에 섞인 푸른 파래를 골라내는 일을 하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밝은 전구가 있었더라면 그 일이 훨씬 수월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또, 이때 사귄 친구가 아랫집 금희인데
금희는 학교가기 전에는 나하고 놀았는데
초등학교를 광주로 가게되서
나는 여름방학만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금희는 어김없이 도시아이의 하얀 얼굴에 피부를 가지고 돌아왔는데
그건 내가 우리동네 아이들한테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보면
소년이 윤초시댁 손녀 딸의 하얀 피부에서 색다른 느낌을 갖게되는데
그런 느낌을 내가 가졌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당시 우리집은 집앞에서 보면 부엌,큰방, 마루, 모방 이렇게 돼 있었다.
뒷간(또는 치깐)을 가려면 방을 나와 논시밭을 돌아서, 돼지우리를 지나,
뒷간 앞에 서있는 두 그루의 단 감나무를 거쳐야만 했다.
즉, 냄세가 나서 일부러 멀찌감치 뒷간을 둔 것이었다.
그리고 뒷간에는 호롱불을 켜지 않았다.

또, 당시에는 화장지가 없어서
처음에는 볏단에서 보드라운 지푸라기를 먼들어 가져다가 닦았다.
얼마 지나자 새농민 잡지가 나왔고
새농민 잡지는 귀한 책이 되었다. 휴지로 쓰는 중요한 잡지였다.
한혜숙이 광고에 많이 등장했는데
지금까지 독신으로 지네는 거 보면 신기하다.
또, 서민호씨가 나왔던 달력을 집집마다 가지고 있었다.

달이 훤한 날은 그나마 맘이 편했고, 별도 총총하니 일보기가 수월했다.
허나, 항상 달이 뜨던가?
  
작은 일은 돼지우리 옆에 둔 요강에 볼수 가 있었지만
큰일은 만만치가 않았다.

뒷간을 갈때는 누이는 꼭 나를 데리고 다녔던거 같다.
그리고는 어김없이 들어가서는 한참있다가 꼭 묻는다.
"양헨아, 거기있어?"
"응, 나 여기있어"
누이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 The End -----

***********
* "근데 내가 없었을 때는 어찌 했을까?"
누이한테 아직 한 번도 물어본적이 없는 데
지금 물어보면 앞으로 김치찌게나 보쌈은 국물도 없는거 아니여?

** 기오가 졸라서 오늘은 하루에 두 꼭지나 쓰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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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달그림자 2004.11.29 08:19
    그래서 소변은 요강이 있어 편리했지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잠을 잔 관계로
    요강의 덕을 톡톡히 보며 자란 행운아

    글쎄 누이들은 힘들었겠네
    나도 물어볼 수도 없구. ㅎ ㅎ ㅎ
    즐거운 시간 고맙기도 하고
  • ?
    은노 2004.11.29 13:17
    매주 한두권씩 책을 읽고 중심생각과 함께 독후감을 써서 보내는 딸아이 한테
    몇주전 '소나기'에 대해 쓰게되었는데
    그이야기에 이어 소나기2는 직접 써보라고 권유를 했었습니다.
    결코 수월하지 않다고 하는데도 계속 독려를 했더니만 드디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전해 왔습니다.
    새농민 잡지도 잊어버렸던 이름중에 하나네요
    그시절이 불과 30여년 전인가요?
    생활양식의 변화,도시의 변화에 서울에 오시면
    몇일간은 현기증을 감수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
    양현 2004.11.30 00:17
    울 집에서도 이 글을 써놓고 나서 참 많이 웃었습니다.
    지금 쯤 이 집 저 집에서 그 때 얘기 할 거 같습니다만...

    아내는 어떻게 지푸라기나 새농민 잡지를 가지로
    뒤를 닦았냐고 놀라내요.
    자기는 수세식 변소를 그때 썼다나요.

    그래서 한술 더떠서 어떻게 지푸라기를 말아 만들었는지,
    새농민 잡지는 어떻게 아껴서 잘라서 썼는지
    모션으로 보여줬더니
    뒤로 넘어지네요.

    요글 쓰면서 참 많이 참았습니다.
    너무 자세하게 안쓸려고...

  • ?
    그후배 2004.11.30 09:48
    그집에서도 그런 진풍경이 있었나요ㅎㅎㅎㅎ

    저의집에 웃음거리도 바로
    칫간갈때랍니다ㅎㅎㅎㅎ

    울오빠 지금은 40대중반이죠
    그런데 여자인 손아래 동생보다
    무서움을 많이타서 칫간에 갈때는 항상 그동생이 보초를 섰답니다

    그오빠 안에서 볼일보면서도 ㅎㅎ야 ㅎㅎ야 하고 부르면서
    진행했다나요(xx7)

    몰일 다보고나면 뭐가 빠져라 달래서 신발 한 짝은
    마당에 한짝은 뜰방에 벗고 혼자마 달려갔다는
    전설이 있답니다(xx2)

    그런 오빠가 군대는 공수부대로 갑디다

    사실 어렸을때 밤에 칫간 가는게 정말 무서웠어요

    선배님은 새농민 쓰셨나요??????
    전 농민신문 오려서///////
    그리고 조금 세월이 좋아져서 한장짜리
    일력의 보드람도 느껴봤죠(xx11)

    정서가 비슷하다는것도
    살아가는데는 하나의 윤활유가 될 수도 있더군요!!!!!
  • ?
    양현 2004.12.01 00:44
    아내가 전화를 해서 받아보니
    부억에 있다가 괞히 웃었다나요.
    이 야그가 생각이 나서...

    어제는 밥먹다가
    이 야그가 생각이 난다고
    웃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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