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ㆍ 월포(月浦) : 마을앞 포구가 반달형으로 생겨 “달개”라 부르다가 訓借(훈차)하여 월포라 하며 조선후기의 옛지도에도 월포로 표기되어 있으며 마을뒤의 고개를 “달갯재”라 하였는데 1956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月浦(월포)마을로 현재에 부르고 있다.
2006.04.24 23:04

어머님 어부바

조회 수 2372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너 좋아하는 우거지국 끓여 놓았는데 
늦더라도 집에 와서 저녁 먹어라.”
낮에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습니다.

"오늘,다른 곳으로 발령난 동료가 있어
같이 저녁 먹기로 했는데 어떡하지요?"
"약속 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조금만 먹고 집에 와서 먹어라.
사 먹는 밥이 살로 간다냐!"
 
"그럴께요..될 수 있음 일찍 갈게요.”
전화를 끊고 다 끝마치지 못한 일을 붙들고
끙끙대는 동안에도 어머니의 저녁 먹으러 오라는 말씀이
머리를 자꾸 맴돌았습니다.

내일 모레 지천명을 바라보는 아들,
혼자 밥 먹는 것 보기 싫다며
나 올 때까지 어머니는
저녁 식사를 하지 않고 기다리고 계실겁니다

어머니,아버지 당신들 드시려고
우거지국을 끓이셨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요즘  시험공부한다고 새벽잠을 드는 당신의 손주들,
그리고 늘 바삐사는 아들 먹일려고 끓이셨을겁니다
대단한 음식도 아닌,특별하게 맛있는 요리도 아닌
우거지를 씻고 다듬으시면서,
평범한 저녁 준비를 하고 국을 끓이시면서,
국솥 위로 푹푹 솟아오르는 뜨거운 김을 보면서
자식,손주들과 함께 나누는 밥 한 끼를 생각하셨을 겁니다.

펼쳐진 일감들을 그대로 둔 채 하던 일을 멈추었습니다.
오늘 못 끝내면 내일 하기로 했습니다. 
동료와의 저녁은  초밥 몇개로  떼우고-
마침 그 동료도 어제 외식을 하다가 
체해서 속이 안좋다하여-서둘러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 앞에 당도할 때쯤은 해넘이 무렵이었습니다.

숨을 멈추고 올려다 본  서쪽 하늘은
어릴 적 저녁 하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저런 하늘 아래서 날 저무는 줄도 모르고
놀고 있노라면 “ 밥 먹어.”하고
길게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곤 했습니다. 
땅바닥에 그어 놓은 금을 그냥 둔 채,
구슬이나 딱지를 대충 주머니에 구겨 넣거나
흙 묻은 손에 쥔 채 집으로 달려갑니다.
굴뚝에서 저녁연기가 오르고 흐릿하고
푸르스름한 이내가 집의 허리를 감싸며
천천히 마을을 감돌 때면
집집마다 아이들 부르는  소리가 들리곤 했습니다.
“네.”대답을 하지만 그냥 가는 법이 없습니다.
두 번 세 번 점점 커지면서
화가 난 듯한 목소리가 들려야 그제서 일어섭니다.

 
지금 어머니가 그 소리로 저를 부르시는 것입니다.
그 소리를 듣고 제가 집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뜨끈뜨끈한 우거지국에 금방 담은 겉저리 김치를 넣어
먹는 저녁밥은 넉넉하고 풍성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지난 몇 주는 무슨 일로 바빴는지
우리 다섯 식구 오붓이 하던 
저녁식사 자리도 거르고 지나갔습니다.

늙고 병드신 어머니가 몇 번이나 더 저녁 먹으라고
저를 부르실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땅따먹기 하느라 땅바닥에 그어 놓은
금을 그냥 둔 채 달려오던 날처럼 
저는 어머니의 추녀 밑으로 달려갈 것입니다.

연보랏빛 개망초 채 피기도 전에 
며느리를  묻고서 돌아서 울 수조차 없었던  슬픔을
가슴 속에 오롯이 묻어두고 차마 버리지도 못할
세상 살아오신 내 어머니..
자식 향한 파리한 모정 하나로 갖은 풍상
모질게 다스리며 질기게 이어온 당신의 헝클어진 삶의 매듭,
구고 또 헹구며 수십번의 계절을 마중하고
또 보낸 세월에 어느덧 솜털처럼 가벼워진 
아, 가난한 내 어머니.

굽어있는 당신의 등을보며,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입니다
검디검던 머리가 하얗게 센 모습을 보며 
눈물만 하염없이 흐릅니다
초저녁 잠 많으셔서 졸린 눈 부비며
늦은 귀가길의 아들에게 밥은 먹었냐며 춥지는 않냐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보이시는 당신..
세상에서 단 한분 이신 나의 어머니, 당신을 사랑 합니다..
 
당신이 정성을 다해 차려주신 우거지국이 놓인
오늘 저녁 식탁,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맛있게 먹은 만찬이었습니다   
 
-어머니란 스승이자 나를 키워준 사람이며, 
사회라는 거센 파도에 나가기에  앞서
그 모든 풍파를 막아내주는 방패막 같은 존재이다..
스탕달- 
 

  • ?
    사장나무집 2006.04.24 23:06
    옆동네 소식지에 가니까 너무 좋은 글이 있길래
    퍼왔어요.. 울엄마 생각이 많이 나게 하네요..
  • ?
    남천 2006.05.01 21:53
    이글을 읽고 있으니 우리 어머니가 더욱 그리워 지네요.
    우리 어머니는 하늘 나라 계시지요.
    너무도 그리운 어머니 아무리 불러도 대답 없으신 어머니............
    고생 고생 하시다 이제야 자식이 조금 나아 지려고 하니 떠나시고 안 계시네요......
    불효 자식은 오늘도 잠 못이루겠네요.
    글 감사 합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4 마을향우회 3 노바 2006.04.23 2213
193 하루가 힘드시지않았나요? 보시고 웃자구요^^* 2 노바 2006.04.24 2531
» 어머님 어부바 2 사장나무집 2006.04.24 2372
191 마음 나그네 2006.05.01 2205
190 웃으면 복이 온다네요 1 월포친구 2006.05.01 2425
189 아버지의 냄새 4 한경은 2006.05.03 2641
188 월포인께 1 남천인 2006.05.05 2190
187 재경 금산면 향우회 1 이계석 2006.05.06 2236
186 사장나무가 그립다. 2 굴전 2006.05.12 2464
185 모두 넘 반갑습니다^^ 7 대용 2006.05.13 2282
184 혈액형별 좋아하는 공간이랍니다.^^ 5 사장나무 2006.05.14 2427
183 우리 마을 유래 4 2006.05.19 2486
182 부자가 되는 비결 3 2006.05.19 2643
181 지금쯤 고향에는.. 22 사장나무 2006.05.26 3541
180 올드 팝송 같이 들어요 4 한경은(다냥의꿈) 2006.05.28 3973
179 즐거워 보이네 1 오열 2006.06.01 2621
178 친구들아! 모여 보자 대용 2006.06.03 2624
177 선인장 꽃처럼 7 한경은(사과나무) 2006.06.06 3211
176 산모구때와 깔딱모구때! 11 사장나무 2006.06.14 4053
175 망향 2 오룡동 머스마 2006.06.14 275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3 Next
/ 13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