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돌아가렵니다.
파도소리 들리는 고향으로
우리네 공화국이었던 광장에서
무릎이 깨지고 코피가 터져도 씩 문지르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부대끼며
그렇게 살고파
닭이 울던 어느 대낮
책상도 없는 방바닥에 잉크병 놓고
맞춤법도 틀려가며 자식 생각에
끄니 걸르지 말고
한영 몸 건강하여라
양면지위에 즐겨 쓰시던 아버님의 편지 구절이
눈물겹게 생각나는
그곳으로 돌아가렵니다
기차구경도 못하고
그렇게 살다가
말로만 들었던 서울을 언제 한 번 볼거나
말 새끼는 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의 의미도 모르고
중얼거린 아짐들이 살았던
아늑한 정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렵니다.
도깨비 잘 나온다는
청령 끝, 신지금이, 총각바위가
조금은 무섭기도 하지만
하늬바람 따라 오르는 방패연의 의젓함이
달을 가릴 때 쯤
소원 빌며 날려 보낸
내 꿈들을 찾아
달그 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