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별로 안 옛날에, 어떤 동네에 번창하는
국밥집이 있었습니다.점심식사 시간이 지나 손님들이
거의 사라진 한가한 시간에 주인 아저씨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는데, 웬
초라한 할머니가 꼬질꼬질 땟국이 흐르는
꼬마 녀석을 데리고 들어와 국밥 한그릇을 시켰습니다.
“나는 밥 먹었으니까 너 먹어라.”
“정말?”
꼬마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국밥 한그릇을
게눈감추듯 비웠고, 할머니는 꼬마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깍두기를 하나 집어 먹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할머니에게 국밥 한그릇을 들고 가서 말했습니다.
“할머니, 오늘 정말 운이 좋으시군요.
할머니가 오늘 우리 식당의 백번째 손님입니다.
100번째 손님에게는 국밥 한그릇을 공짜로 드리거든요.”
그로부터 며칠 후.국밥집 주인 아저씨는 창밖을
내다보다가 우연히 식당 근처에서 어정거리고 있는
그때 그 꼬마 녀석을 발견했습니다.
도대체 뭘 하나 궁금해서 나가보니 이 녀석이 땅바닥에
동그랗게 원을 그려놓고,
손님이 한 명 올 때마다 돌멩이 하나를 그 원 안에
넣어가며 식당으로 들어가는 손님들의 수를 세고 있었습니다.
‘이크!!’
국밥집 주인 아저씨 등에 한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렸습니다.
그날은 웬지 손님이 적어 점심시간이 다 끝나가도록
손님이 수가 100명은 커녕 50명도 안되었거든요.
아저씨는 급히 식당 안으로 들어가서 지문이 닳도록
전화를 걸었습니다.
"창식아, 너 점심 먹었냐?
오늘 우리집 국밥 공짜다. 밥 안먹은 사람 있으면
다 데리고 와라.”
주인 아저씨는 창틈으로 몰래 꼬마를 지켜보았습니다.
사람들이 몰려들 때마다 돌멩이를 세는
녀석의 얼굴이 슬슬 밝아지기 시작 하더니
90명째를 넘어서자 믿을 수 없을 만큼
환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아흔 다섯, 아흔 여섯, 아흔 일곱....
꼬마는 돌멩이를 집어던지고 후닥닥 달려가
근처에서 콩나물을 팔고있던 할머니의 소매를 잡아끌었습니다.
식당에 들어온 할머니와 꼬마.
녀석은 의기양양하게 국밥 한그릇을 주문하고,
할머니 앞으로 국밥 그릇을 밀었습니다.
“할머니 오늘은 내가 사는 거야.”
“너는?”
“저는 배 안 고파요.”
꼬마는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깍두기만 한개 집어 먹었습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할머니가
국밥을 비우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 애처로운 장면에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던
국밥집 주인아주머니가 남편에게 꼬마에게도
국밥 한 그릇을 공짜로 주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 아니야. 오늘은 그냥 둡시다.
저 녀석 저렇게 행복해하고 있잖아.”
낯이 익은 풍경이군요.
국밥하나가 아쉬었던 시절엔
반찬이 필요 없었습니다.
허기가 반찬이었으니까요.
국밥 한 그릇을 개눈 감추듯 치우고 나서도
소화제가 필요 없었습니다.
벌써 소화되어서 소화를 할 게 없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