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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우두(牛頭) : 마을의 지형(地形)이 소의 머리와 같이 생겼으므로 쇠머리라고 부르다가 한자를 訓借(훈차)하여 우두(牛頭)라 불러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04.10.10 14:00

쇠머리의 추억(9)

조회 수 1477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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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마을 한가운데에서 술을 마시고 아무리 떠들며 난리부르스를 쳐도
부락사람들이 그냥 묵과해 주는 행사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입대하는 자에 대한 송별회 행사다.

송별회!
내일이면 입대하기 위하여 집을 떠나는 자의 집에서 음식을 장만하여
보내는 자와 떠나는 자에 대한 석별을 아쉬어하는 자리인 것이다.
잘 다녀오라고.
잘 있으라고.

이 행사가 끝 난 다음 날에는 어김없이 술 취한 자의 우스운 이야기도 나돌았으니
기승이는 누구네집 솔나무단 속에서 잤다고 하고
또 누구는 기도아제네 집 소마구간에서 소와 함께 잠을 잤다고 한다.

나도 어김없이 군대엘 갈 나이가 되었고
신체검사를 거쳐 현역으로 군대엘 가게 되었으니
우리집에서도 당연히 송별회를 했고.

형이 군대에 간 다음 날부터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장독대에 정안수 떠 놓고
아침, 저녁으로 빌고 또 비는 엄마는 그 형이 오기도 전에 또 둘째를 보내야 했다.

이제 어른이 다 되어 간다고 나라에서 부르는데,
3년간을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면서 어른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나라에서 부르는데.
그래도 뭔가가 아쉽고 뭔가가 두렵다.

떠나는 날의 아침.
배를 타기 위하여 진몰 선창으로 가는 도중에 만나는 사람마다 잘 다녀오란다.
몸빼 속주머니에 잘 숨겨놓았던 꼬깃꼬깃한 백 원짜리 지폐(지금은 2천원쯤 될까?)를
손에 꼭 쥐어주시는 아짐씨도 계셨다.

우리가 탈  대창호는 어김없이 제 시간에 온다.
조금만 더 늦게 오라고 그렇게 속으로 애원하건만 그 마음도 모르고 빠르게 다가온다.
종선으로 오르는 발길이 무겁다.
엄마. 나 이제 갈께.
입을 열고 말을 하면 말보다 울음이 먼저 나올 것 같아 말문도 못 열고 눈길만 보낸다.

본선인 대창호에 올라 타고서도 내 눈길은 엄마만 찾는다.
배가 멀리 배천 끝을 돌아 한참을 갔을 때까지 울 엄마는 그 자리에 눈물을 흘리시며 서 계셨을 것이고
그 날은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드셨을 것이다(자식이 군에서 제대한지 2년이 지난 이 나이에도
그 때를 회상하니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인지 눈물이 그치질 아니한다).

우리 금산 병력은 해 마다 순천에서 집결하여 논산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입대했다.
이 때 우리 쇠머리의 선배들을 위해서 가장 애를 많이 쓴 친구가 김수종 군.  
다들 고마워했다.  만난지가 꽤 오래된 것 같다.
어이, 수종이. 많이 보고 싶네.  아버지는 이번 추석에 만나 뵈었네. 수이 성도.

순천에서 기차를 타고 논산으로 가는 도중 옆자리에 앉은 신양의 진성철(초등학교40회 동창생임)이가
줄곧 울면서 간다.
당시에는 같은 처지라 뭐라고 위로의 말(?)도 못했다. 그냥 보고 있을 수밖에.

올 추석 때 만날 기회가 있어 ‘입대 하던 날 왜 그렇게 서럽게 울었느냐?’고 물어봤다.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안계신 집에 늙으신 할머니와 아픈 어머니를 두고 입대하려니 발걸음이 안 떨어지더란다.
그랬었구나, 그랬었구나.
그런 줄도 모르고.  미안하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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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궁전 2004.10.10 15:29
    군대군대군대....그썩을놈의군대(빳따를 많이 맞아서 요렇게 표현했음).........
    객지생활하다 군대간다고 고향에인사하러오니 어김없이 동각에서 송별회를 선후배들이 해줬지
    우리 형수님께서 닭죽을쒀 양동이에다 가득 채워서 동네사람들과나눠먹고
    나는 해군이라 3월초의 진해 바닷바람은 금산의 엄동설한보다 3배는 매서웠지...
    나도 항시 어머님을 못잊어 고달픈 훈련받다 꿈속에서 어머님이 돌아가신 꿈을 꾸고 얼마나
    울었던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 하네.....
    휴가때 마침 경환이 결혼식에 군복을 입고 사회를본게 뜻있는 휴가를 보냈고....
    지금생각해보면 잃은것보다 얻은것이 많은 군 생활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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