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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4 01:38

잠시 쉬어 가는 곳

조회 수 1780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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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봉에 올라 해를 본다

아무 생각 없이 해를 본다

 

해도 날 그렇게 보다가 바다에 눕는다

일출봉에서 해를 보고 나니 달이 오른다

 

달도 그렇게 날 보더니 바다에 눕는다

해도 달도 바다에 눕고 나니 밤이 된다

 

하는 수 없이 나도

바다에 누워 밤이 되어 버린다

 

날짐승도 혼자 살면 외로운 것

 바다도 혼자 살기 싫어서 퍽퍽 넘어지며 운다

 

큰 산이 밤이 싫어 산짐승을 불러오듯

넓은 바다도 밤이 싫어 이부자리를 차내 버리고

 

산 속으로 사슴이 밤을 피해 가듯

 넓은 바다도 물속으로 물속으로 밤을 피해 간다

 

 성산포에서는

그 풍요 속에서도 갈증이 인다

 

바다 한 가운데 풍덩 생명을 빠뜨릴 순 있어도

 한 모금 물을 건질 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그릇에 담을 수 없는 바다가 사방에 흩어져 산다

 

가장 살기 좋은 곳은 가장 죽기도 좋은 곳

성산포에서는

 

생과 사가 손을 놓지 않아서

서로가 떨어질 순 없다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피워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워 할 것도 없이 돌아 선다

 

 사슴이여 살아있는 사슴이여

 지금 사슴으로 살아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꽃이여 동백꽃이여

지금 꽃으로 살아있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슴이 산을 떠나면 무섭고

꽃은 나무를 떠나면 서글픈데

물이여 너 물을 떠나면 또 무엇을 하느냐

 

저기 저 파도는 사슴 같은데 산을 떠나 매 맞는 것

저기 저 파도는 꽃 같은데 꽃밭을 떠나 시드는 것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피워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움도 없이 말하지 않지만

 

 

                                   이생진 그리운 바다 성산포 중에서

  • ?
    소광 2009.04.14 15:29
    병호 친구 잘 지네지~^^
    삭막하기만한 세상에 잠시 쉬어감은 필수 아미노산이지...,
    .
    살아가면서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숨바꼭질하는
    마음으로 외부와의 약속을 잠시 미루어두고
    내면에 감추어진 전원을 켜서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내가 나와 사귀는 시간, 내가 나와 놀아주는 여유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만 다른 이와의 관계도, 앞으로 해야 할 힘든 일들도 더운 슬기롭게
    꾸려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해인의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중- 
    .
    아름다운 봄날이다.
    건강하고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드길 바래
    담에 또 보자...,
  • ?
    2009.04.14 23:36
    성산포? 파도?? 알듯 모를듯 ..
    지금이 좋습니다 봄빛이좋아서 이대로가좋습니다.
    시 한편감상하면서도 그냥반갑습니다
    봄날 행복하세요
  • ?
    김병호 2009.04.17 02:52
    광이친구 활달하기는 여전하더구만^^
     그 날 정말 반갑고 즐거웠다
    기송이를 비롯해 함께 나왔던 친구들...
    반갑기는 말해 무엇하겠니 ㅎㅎ
    왜 그런 기분 있지
    그냥 가슴 뭉클하고 이유없이 웃음이 절로 배어 나오는...
    다들 무척이나 바빴을텐데 늦은 시각임에도 기꺼이 시간을 내어준 친구들
    고맙기도 하지만 갑자기 기습했던 거 같아 한 편으론 많이 미안하기도 했었다
    대진이 근수 원택이 동섭이도 함께 보았으면 좋았을텐데
    담에 서울로 한 번 더 기습하지 뭐...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한 때 시집 한 권을 다 외웠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내가 유독 좋아했던 시집입니다
    바다와 섬과 고독을 노래한 대표적인 시인인데
    발랄하고 쾌활한 분위기와는 사뭇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심금을 울리는 애잔함과 그리움이 흠씬 묻어나는 그런 정서가
    느껴지죠
    그 대표적인 시가 이건디요...

             - 고독 -

    나는 떼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봄님...?
    (친구일텐데  님 자를 붙이고 존대말을 쓰니 채팅하는 분위기라
    좀 그렇지만 신원 확인이 안되어 그냥 밀어 붙입니다 ^^)
    저도 봄이 좋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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