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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1 16:33

휴일 오후 시 한 편...

조회 수 1797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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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1  / 서정윤

 

--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떨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여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로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 ?
    소광 2009.03.08 12:29
    각박한 세상에 시 한편은 마음을 차분하게 하지...,
    앞으로만 달려왔지 감정이 말라버린 현실이 아쉽기만 하구나
    언젠가 그랬듯이 상상을 이야기하고 미래를 이야기 하고 그런 시절이
    이젠 그리움으로 남겨져있으니...,
    어제 금산종고 30주년 기념행사에 선배들과 함께 했단다.
    교문 초입부터 반겨주는 벗꽃나무 크기가 세월을 암시하더군.
    벌써 30년이라니 세월 참 빠르구나.
    항상 건강하고 하는 일 잘 되길 기원할께
    그럼....,
  • ?
    김병호 2009.03.22 21:38
    바쁘게 사는구나 광이...^^
    그렇지?
    3년 전인가
    금산에 한번 들른 적이 있었는데
    많이 변했더군...
    밤이었는데...
    학교를 한 바퀴 돌아보는데
    야간 자율학습 하던 녀석들이 공부 안하고 장난치다
    내가 선생님인줄 알았는지 화들짝 놀라 용수철에 튕기듯이
    제자리로 돌아가 앉더니
    시치미 뚝 떼고 책장을 넘기더군... ㅋㅋ
    속으로 한참을 웃다가 내려 온 적이 있어
    섬 전체를 한 번 돌아 보았는데
    많이 변했더군
    세월이 가면 우리네 모습부터 모든 게 변하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변함없이 우리를 흐뭇하게 하는 기억들이 있어
    마냥 허무하고 무상하지만은 않은 것 아니겠어?
    광이 친구...그리고 다른 친구들...
    다들 건강하시게... ^^
  • ?
    미경 2009.03.23 17:28
    정말 하나도 틀린말이 없네.
    나도 누가 다가오기도 전에 움찔하고
    한발짝 뒤로 물러서는것 같아
    그러면서 늘 내 주위는 허무하고 쓸쓸하다고들 하는것 같아
    봄이오고 여름오고 가을, 그리고 겨울
    나이가 들수록 그 주기가 빨라지는 것은 주위에 일이 산적해있지만
    생각을 모두 잘라버리고 내 편리한대로 일을 행하다보니 더 단조로움만이 내주위를 맴돌고
    그래서 외로움을 빨리 느끼는게 아닌까 싶어져.
    모두들 건강하고 맘이 행복했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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