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317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한겨레] 강제윤의 섬에서 만나다


00384177105_20110224.jpg


거금도는 고흥의 섬이다. 녹동항에서 배가 수시로 다닌다. 하지만 이 섬도 머잖아 뭍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소록도와 녹동 간에 연륙교가 생겼고 거금도는 소록도와 연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거금도 청석 부근, 비탈 밭에 백발의 할머니 한 분 작은 곡괭이로 땅을 파 약초를 캐는 중이다.

“혼자 오셨소?” “예.” “혼자 오셨구만이라우. 버스 타고 오셨구만이라우. 동무랑 같이 오지 그랬소. 감나무에 감이라도 있으면 자시라 할 텐데 떨어지고 없소.” 할머니는 초면의 나그네에게 뭐라도 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텅 빈 감나무를 본다. “어치케 비가 안 오고 깡깡한지.” 할머니는 건너 섬 시산도가 고향이다. “내 안투 고향은 시산이요. 거이가 친정부락이요. 안 올 디를 와갖고 험한 시상 다 넘기고, 서른 시살 막둥이도 죽어 빌고, 팔십서이나 됐는디.” “힘드시겠어요. 할머니.” “시월 보내고 살지 어차겄소.” 큰아들은 50이 넘었는데도 어렵게 산다. “답답하요. 큰놈은 장사하지 마라 해도 장사해 갖고 손해 보고 없이 사요.” 83살 어미는 여전히 큰아들을 돕는다.

착하기만 하던 작은아들은 가정을 꾸려 성실하게 살았다. 그런데 느닷없는 사고를 당했다. “막둥이는 마흔네살에 낳는디, 손주 모양 낳는디, 사람 노릇 할까 했는디 가버렸소.” 포클레인 운전을 하던 막내아들은 어느 날 점심 먹고 쉬던 중 흙이 무너져 깔려 죽었다. 청상이 된 며느리가 손주를 키우고 있으니 그 또한 못 본 체할 수가 없다. 생활보호대상자인 할머니는 자신은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에 살면서도 생계지원비와 노령연금, 약초 판 돈을 안 쓰고 모은다. 지난 설에는 200만원이 모여 며느리와 큰아들에게 각기 100만원씩 나눠줬다. “돈 주는 면 직원이 내가 불쌍해 죽겄다고 하요.” 추석 때는 50만원씩밖에 못 준 것이 아쉽다. 딸은 셋인데 하나는 의문의 사고로 죽었지만 범인은 잡지 못했다. 시집온 뒤부터 영감은 내내 속만 썩이다 환갑에 이승을 떴다. “쌀 갖고 다니면서 술이나 묵고. 밭곡식 갖고 다님서 술 묵고. 일찍이 잘 갔지. 오래 사는 게 큰일이오. 그게 고생이지라우. 막둥이 그것만 안 죽었어도 숨 쉬고 묵을 것 묵고 살 텐디.” 할머니는 자신의 불행이 남 탓이 아니라 자기 탓이라 여긴다. 

1298514952_51488804999_20110224.jpg할머니는 딱딱하게 마른 땅을 파헤치던 곡괭이질을 잠시 멈추더니 시들어가는 방울토마토 몇 개를 따서 나그네에게 건넨다. “이거라도 자시오.” 갈라 터지고 살점 하나 없이 앙상한 손. 그토록 신산한 삶을 살면서도 마음은 따뜻하시다. 흙 묻은 방울토마토 하나 베어 먹으니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나그네는 할머니 말씀을 듣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데 할머니는 무엇을 더 나눠주지 못해 안타깝다.
 
대체 사람의 정이란 무엇인가. 정이야말로 정의가 아닐까.

시인·<자발적 가난의 행복> 저자 bogilnara@hanmail.net


?

언론 고향 소식

언론에 비친 고흥군 관련 소식을 전합니다.

  1. 거금해양레저 친수공간 조성사업 착공식행사

    사업완공후 준공식이 준비되었기에 마을자체행사로 장세선군의원,박두영농협조합장,서현섭노인회장을 모시고 마을 어르신과함께 무탈을 염원하는 첫삽을 떳으며, 안전을 기원하는 추진위원회의 안전기원제 제를 조촐하게 올렸습니다.. 시공협력회사인 일화건...
    Date2011.08.14 By거금도사랑 Views4904
    Read More
  2. 거금도(신촌)에 해양낚시공원이 들어서다...12

    사 업 명:거금 해양레져 친수공간 조성사업 사업규모: 총사업비 60억원(국비,지방비) 사업기간:2010-2013년 사업내용:주차장1개소,부잔교 낚시터1식,해상콘도 5개동,관리사무소(매표소)1동,황토방3동,개메기장1식,조개잡이체험장1식, 수면데크 1식 -어민의 실...
    Date2011.06.23 By거금도사랑 Views24064
    Read More
  3. [고흥] MOU 진실인가 군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인가?1

    전남 고흥군이 정보공개 요청과 군정에 바란다 의 내용을 통하여 밝힌 “씨월드 리조트 개발의 경우 현재 대상부지가 확보(일부 매입 및 토지사용 승낙)되어 지구단위개발계획수립 용역을 진행 중에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립니다.” 라고 밝혀 기자가 금산면 어전...
    Date2011.05.24 By운영자 Views5925
    Read More
  4. 거금도의 붕어愛 섬

    붕어愛 섬 2011 신규 프로그램 '붕어愛 섬' 방송이 2011.4.23(토) 밤 10시에 첫 본방송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지난 해 연말 방송국 제작회의에서 새 프로그램이 선정된 이래 2011년 3월부터 촬영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거금도-나로도-하의도-능산도 등을 돌면서...
    Date2011.04.24 By월품 Views8094
    Read More
  5. 거금도 거북선 유람선 사업 차질

    [고흥] 거금도 거북선 유람선 사업 차질 - 업체 공모 잘못 거북선 유람선 건조 및 사업 차질 불가피 김정석 기자 | 2011-04-21 10:44:10 전남 고흥군이 2011년 1월부터 10월까지 총 사업비 67억원(국비22억, 도비22억, 자부담23억) 450톤 규모의 길이 50미터 ...
    Date2011.04.22 By월품 Views5444
    Read More
  6. No Image

    전남도, 남도 섬 10대 관광상품 선정

    전남도는 섬의 빼어난 풍광과 독특한 문화를 상품화한 남도 섬 명소화 10개 사업을 선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선정된 사업은 ▲완도 청산도의 연예인과 함께하는 청산도 여행 ▲신안 임자도의 장애인과 함께하는 특별한 섬여행 ▲여수 금오도의 여수엑스포 성공개...
    Date2011.04.12 By월품 Views4533
    Read More
  7. 고흥 조생양파 생산량.가격↑..농가소득 '기대'

    (광주=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전남 고흥지역 조생양파의 단위 면적당 생산량 증가와 산지가격 상승으로 농가 소득 증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일 농수산물유통공사(aT) 광주전남지사에 따르면 고흥 조생양파는 주로 거금도에서 재배되다 최근 ...
    Date2011.04.06 By월품 Views6035
    Read More
  8. No Image

    수확기 앞두고 출하방식 바꾸다니

    부산 도매시장, 잎 제거한 양파만 반입 허용… 출하자 “산지 준비할 수 있게 유예기간 줘야”  부산지역의 공영도매시장들이 올해 들어 갑작스럽게 조생양파의 잎양파 반입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산지가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파종이 시작되기 전에...
    Date2011.04.06 By월품 Views3388
    Read More
  9. No Image

    유통확대경 / 조생양파

    생산량 크게 늘어 값 하락 예상  조생양파 작황이 예상보다 좋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출하시기도 예상보다 빠른 3월 말로 앞당겨지고 생산량도 늘어나면서 가격은 기대치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생양파 작황과 시장전망을 알아본다.  ◆급...
    Date2011.04.06 By월품 Views3311
    Read More
  10. [한겨레] 정의란 정(情)이다

    [한겨레] 강제윤의 섬에서 만나다 거금도는 고흥의 섬이다. 녹동항에서 배가 수시로 다닌다. 하지만 이 섬도 머잖아 뭍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소록도와 녹동 간에 연륙교가 생겼고 거금도는 소록도와 연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거금도 청석 부근, 비탈 밭에 ...
    Date2011.04.06 By월품 Views317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3 Next
/ 23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