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마음을 이리도 헤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어리석음....
버릇없을지 모르지만,
어쩌면 부모님과 같이 늙어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 뵜던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의 자리엔
어느새 부모님이 그 모습으로 살아가고 계신다.
고향으로 간다는 들뜬 마음보다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보다는
맘껏 달려가지 못한 섬에 대한 애환이 저며든다.
떡국을 먹고 해마다 설날 아침에 엄마께 큰절을 올릴 때마다
불효막심한 놈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꺽이고
엄마의 얼굴을 마주하기도 전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언제까지 저 자리에 계실 엄마가 아닌데...
숱한 고초와 고난을 이겨내신 강인한 엄마는
자식들과 조카들과 며느리들과 손주들을 맞이하는...
그리하여 안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세뱃돈을 끄집어내어
건네주시는 흰머리 소녀 할머니가 되어계신다.
저 먼 앞산 용두봉을 바라보며 살아왔던 세월들....
저 건너 불뚱을 지나 갱번 모살밭에서 뛰놀고 뒹굴었던 시절들....
그리곤 가만히 서서 먼바다를 지긋이 바라본다.
물결 너머에 있는 섬들과 잘있었는지 가벼운 눈인사를 나눈다.
그렇게 20년을 섬에서 살았는데
그 세월만큼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살아가고 있다니...
앞으로도 어쩌면 그 이상을 타향에서 살아가야 함이
매서운 칼바람마냥 가슴속을 에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