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8월 3일 새벽에 소낙비가 내려서 안개에 둘러쌓인 용두봉이 나를 부른다.
평지마을 저수지로 해서 용두봉 우측 갓길로 오르기 시작하여 송광암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산행로를 잡았다.
새벽 3시까지 술마시고 7시에 기상해서 9시에 집을 나섰고 본격적인 산행은 평지마을 팽나무에서 10시경에 출발했다.
들머리 초입부터 꿩깃털을 뱀으로 착각하고 놀란가슴을 쓸어내렸다.
여기서 부터 작대기(등산용 스틱)을 펴서 풀잎을 하나하나 살펴가며 조심조심 오르고...
평지마을 갓길 재너머로 옥룡마을과 형제도와 허우도가 보인다.
산행로가 가시와 잡초로 덮여져 조심히 한잎 한잎 헤쳐가는데도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고..
정말 맹감나무와 가시나무가 싫었고 사람보다 큰 억새풀이 길을 막았다.
꿩깃털을 보고 놀랐는데 정말로 살모사가 또아리를 틀면서 숨어있다.
오른발이 살모사를 밟을뻔 했다 스틱(작대기)을 옆에 툭툭때려도 도망가지 않은 살모사
그래서 살모사한테 툭 한마디 던졌다. '금산사람들도 배짱이 좋은데 살모사 넌 더 배짱이 좋다고..'
꿈쩍도 하지 않은 살모사를 그냥두고(불심으로..) 옆으로 우회해서 지나쳤다.
살모사를 보고부터 몸에 힘이 쭉 빠지고 한걸음도 못가끔 탈진증상이 보이는데
가시나무와 맹감나무가 발을 자꾸만 찔러대니 뱀인줄 알고 자꾸만 놀라게 되고...
한고비 넘으면 또 사람키만큼 자란 억새가 앞을 가로막아 너무 싫다.
젖먹던 힘까지 힘을 내어 보지만 너무 자라 버린 풀을 한잎한잎 헤치며 산행로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다.
드디어 한계가 왔는 모양이다. 생수는 바닥난지 오래됐고..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리고 장승호 중대장에게 SOS 구원요청을 했다.
오전 10시부터 땡볕을 산행해서 14시 4시간만에 SOS 구원요청을 한곳이 이 곳이다.
동초굴과 춘댕이굴 중간으로 몇그루나무가 있고 그늘이 있다.
나의 SOS를 받고 긴박함을 느끼고 옷차림새 그대로 출동했다고 한다.
반바지에... 맨발에... 거기다가 슬리퍼에... 기가 콱 막혔다.
뱀에 물리면 어쩔려고... 하는 말에.. 대뜸 대답이.. 요즘 약이 좋은데 뭐가 걱정인가?
장대장 담력을 잘 알고는 있지만 삼복더위에 친구를 위해 몸을 살리지 않은 그 희생정신에 찬사를 보낸다.
14시에 구조요청해서 14시 45분에 상봉하고 2L얼음물을 두병을 들이키고 다시 산행하다
장대장이 어찌나 빠른지 뒤따르던 내가 더 뱀을 조심하게 되면서 못따라 가겠다.
살모사도 무섭지만 살모사 보다 더 무서운 사람은 장대장이란 걸 혼자서 중얼거리며 하산을 했다.
멀리 거금연륙교가 보이고 송광사도 눈에 보이니 안심이 되고..
문화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장대장, 열심히 관광객에게 설명하고 있다.
무사히 살아있음에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뜻하지 않은 친구를 송광사에서 만났다.
승호 고등학교 졸업식 날
밀가루로 분탕질하고 조금 찢어진 교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생각이 난다.
그 때가 아마 80년도이지
광주 지산동에서 자취할 때이니까
그런 승호를 본지도 얼마나 오래 되었든가!
2005년도 구정 무렵 승호 처가에서 술 한잔 마시고
그 다음 해 어머니 상때 보고 아직 만나지 못한 것 같다.
승호 부친 상때도 가지 못했으니
송광암에 가 본지도 대략 10년쯤 되는 것 같다.
어찌 되었든지 송광암, 용두봉, 금산 모두가
문득! 그립고, 생각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슴 밑바닥에서 부터
밀려 올 때가 있다.
그럴 즈음이면
다시 부모님 생각, 친구들 생각, 동네분들의 생각,
또 여러가지의 추억이 아련하게 겹쳐져서 가슴이 뭉클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