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제40화 : 자빡

by 달인 posted Mar 14, 201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40: 자빡

 

 

1985년 어느 날.

중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으며, 나의 군 입대 송별연에도 참석했으나 그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았던 친구가 내가 살고 있던 여수로 나를 찾아왔다.

나도 잘 알고 있는 간호사와 결혼한 사실은 풍문으로 들어 알고 있던 터라 안부를 물었더니 지금 미국에 가 있고 자기는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모처럼 만났기에 그냥 보낼 수 없어 밤에 술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지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가 마지막으로 꺼낸 이야기는 한마디로 나보고 은행대출 보증을 서 달라는 것이다.

광주 백운동에다가 애완용 동물을 취급하는 가게를 내는데 돈이 부족하단다.

처음으로 받은 부탁이라 매정하게 뿌리칠 수가 없어 보증을 서 주었고 그 가게의 개업식에도 참석하여 축하하여 주었는데……

 

그러고는 몇 개월이나 지났을까?

보증을 선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광주세무서로 전근해서 근무하고 있는데 은행에서 보증한 돈을 갚으라는 독촉장이 왔다. 원금 *****9개월 미납이자 ****원 합계 *****. 언제까지 갚지 아니하면 월급에 압류하겠다면서.

그 친구에게 연락을 해 보니 연락이 안 된다.

다른 친구들에게 이리저리 수소문을 해 봐도 연락이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

나중에 알고 보니 계획적으로 접근하여 여러 친구들에게 사기를 친 것이다. 물론 그 가게는 우리를 홀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였고.

 

결국 마누라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고 넣고 있던 적금을 해약하여 보증 빚을 갚았는데 결국 그런 일로 인하여 그 친구는 영원히 우리 동창들에게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도 내가 생각하는 그 친구보다 더 나쁜 녀석은 자기가 그 친구에게 당했던 사기를 나에게 전가시킨 그 은행원 녀석이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그 은행원 녀석도 이전에 그 친구에게 나와 똑 같은 사기를 당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 친구가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은 것을 알고서 자기의 보증의무를 면탈하기 위하여 다시 대출을 일으켜 자기가 보증을 선 금액을 상환하게 하고 그 보증의무를 나에게로 전가시킨 것이다.

 

뭐 나의 개인적인, 오래된 이야기를, 그것도 자랑할 것도 아닌 내용을 여기에다 쓸 이유도 없지만 굳이 쓰는 이유는 이 글의 소제목인 자빡이란 단어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자빡 - 결정적인 거절.

자빡() 대다(치다) - 아주 딱 잘라 거절하다.

 

또 한편 자빡이라는 단어에는 공판장 같은 데서 가마니나 마대 따위에 담은 알곡을 검사한 뒤 등급을 표시하기 위하여 찍는 기구.라는 뜻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을에 생산된 벼는 추곡수매라는 방법으로 국가에서 수매하고 있는데, 이는 농민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이중 곡가제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 수매가를 생산비에 맞게 올려 달라는 농민의 요구는 끝이 없고, 정부는 예산상의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으니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어찌되었든 수매를 실시하면 검사원들은 벼 가마니에 등급표를 새긴 도장을 찍는데 그 찍는 기구를 자빡이라고 한다.

올 해는 아직까지 비 피해도 없고 태풍 피해도 없어 쌀농사는 유래 없는 대풍인 것 같다. 많이 생산되고 수매가도 올라가 자빡을 찍는 검사원들의 손놀림과 농부들의 마음이 훨씬 가벼웠으면 좋겠고, 그리고 남은 쌀로 북한 동포들도 도와 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자빡 - 공판장 같은 데서 가마니나 마대 따위에 담은 알곡을 검사한 뒤 등급을 표시하기 위하여 찍는 기구. (2009년 가을에)

 

?

  1. 제48화 : 잔다리밟다1

    제48화 : 잔다리밟다 요즘 한창 인기가 좋은 강호동씨가 진행하는 ‘스타킹’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 이따금씩 끼가 다분한 어린 아이들이 나와서 노래도 하고 춤도 추는데 한결같이 어른들 뺨 칠 정도의 실력들이다. 하기야 그 정도 되니까 TV에도 출연했으...
    Date2012.03.31 By달인 Views3223
    Read More
  2. 제47화 : 의암송1

    제47화 : 의암송 산세가 험하여 오지인 관계로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이라고 불리고 있는 전라북도 군(郡)의 하나인 장수군은 논개와 사과가 유명하다. 이 장수군의 군청 현관 앞에는 정이품송(正二品松)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그에 버금가게 자태가 아주 ...
    Date2012.03.29 By달인 Views2970
    Read More
  3. 제46화 : 아람1

    제46화 : 아람 나의 호적상 또는 주민등록상 본 이름은 金哲鏞(김철용)인데 우리 金海 金氏 족보에는 金哲鎬(김철호)로 등재되어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태어 날 때에는 우리가 수로왕의 74세손으로 이름 끝 자가 鏞자 돌림이 맞았는데 족보를 정리하는 과정에...
    Date2012.03.26 By달인 Views3484
    Read More
  4. 제45화 : 감 잡았나요?2

    제45화 : 감 잡았나요? 지금 스물일곱인 내 딸내미가 이제 사회생활을 배우고자 집에서 멀지 않은 유치원에 다닐 때는 아직 통학차가 많이 없던 시절인지라 엄마가 데려다 주고 데리려 가고 하였는데, 어쩌다가 늦게 데리려 가면 집으로 전화가 온다. “엄마, ...
    Date2012.03.24 By달인 Views3032
    Read More
  5. 제45화 : 고락1

    제44화 : 고락 자연계의 모든 동물은 위험으로부터 자기 몸을 보호하는 본능을 선천적으로 지니고 태어나는가 보다. 물론 식물도 그러하겠지만 그 부문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그것들의 보호본능에 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으니 동물로 한정하여 내가 아는 몇...
    Date2012.03.22 By무적 Views2870
    Read More
  6. 제43화 : 데면데면하다1

    제43화 : 데면데면하다 데면데면하다 - ①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친밀감이 없이 예사롭다.(그들은 오다가다 만나 합석한 것처럼 데면데면하게 흩어져 앉아 있었다.) ②성질이 꼼꼼하지 않아 행동이 신중하거나 조심스럽지 않다.(그는 데면 데면하여 자주 실수를 ...
    Date2012.03.20 By달인 Views3853
    Read More
  7. 제42화 : 가르친사위4

    제42화 : 가르친사위 어떤 행사가 진행되는 곳이나 특정한 소식을 전하려고 취재를 나간 아나운서는 이따금씩 주위의 관객들과 인터뷰(‘회견’으로 순화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어색해서 외래어 그대로 씀)를 하여 더욱 생생하고 실감나게 방송을 하는 경우가...
    Date2012.03.18 By달인 Views3456
    Read More
  8. 제41화 : 성냥노리1

    제41화 : 성냥노리 농사가 기계화된 요즘에는 좀처럼 시골에서 대장간을 볼 수 없지만 언젠가 고흥 과역의 5일장에서 대장간을 볼 수가 있었다. 장날에만 문을 연다는 나름대로의 멋있는 빵모자를 쓴 대장장이는 촌부들이 가져온 낫이며, 호미, 괭이 등을 자동...
    Date2012.03.16 By달인 Views3920
    Read More
  9. 제40화 : 자빡1

    제40화 : 자빡 1985년 어느 날. 중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으며, 나의 군 입대 송별연에도 참석했으나 그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았던 친구가 내가 살고 있던 여수로 나를 찾아왔다. 나도 잘 알고 있는 간호사와 결혼한 사실은 풍문으로 들어 알고 있던 터라 안...
    Date2012.03.14 By달인 Views3247
    Read More
  10. 제39화 : 안갚음1

    제39화 : 안갚음 벌써 20년도 더 지난 1990년 11월 중순 쯤, 삼학도와 유달산으로 유명한 목포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월요일에 직원들 세 명(남자1, 여자 2)이 출근을 하지 않았다. 무슨 연유인지 몰라 이리저리 수소문을 하여 어찌어찌 알게 된 것이 지난 ...
    Date2012.03.13 By달인 Views3350
    Read More
  11. 제38화 : 짜장면을 위하여!3

    제38화 : 짜장면을 위하여! 지난 8월 31일에 국립국어원은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으나 그동안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았던 ‘짜장면, 먹거리’ 등 39개를 표준어로 인정하고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반영하였다는 소식이다. 나는...
    Date2012.03.10 By달인 Views3053
    Read More
  12. 제37화 : 에멜무지로1

    제37화 : 에멜무지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세무사자격시험준비가 한창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2008년 말쯤에 평소 우리말에 관심이 많으신 자미원 누이께서 '우리말 겨루기 예심에 두 번이나 나가서 두 번 다 필기는 합격했는데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Date2012.03.08 By달인 Views376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Next
/ 10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