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걸린 캘린더가 덩그렇게 한 장만을 남긴채 걸려 있는 모습이 고독한 인생여정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기쁨도, 슬픔도, 세월의 희미한 줄에 걸어놓고 한해가 기울어가는 12월 7일날 급하게 짐을 챙겨 인천공항으로 나가서 까다로운 탑승절차를 마친후 중국 심양으로 가는 남방비행기에 탑승한후 조용히 눈을 감고 눈에 아른거리는 교우들을 생각하다 무사히 길을 지켜달라는 기도를 마치고 눈을 떴더니 육중한 비행기가 굉음을 내며 이륙하기 시작했습니다. 땅을 떠난 비행기는 푸른 하늘을 나는 새가 되어 어느새 높은 공중을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작은 창가로 보이는 산과 바다는 신비롭기 이를데 없고 이륙한지 약 2시간 만에 거대한 13억의 중국대륙에 무사히 착륙했습니다. 입국수속을 마친후 1시간 만에 조선족이 많이 사는 심양 서탑에 도착한 우리는 훈춘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13시간이라는 긴 시간의 어둠을 뚫고 달리던 기차는 도문역에서 멈춰 섰고 도문역에서 내린 우리는 택시로 갈아타고 약 1시간이라는 거리를 달려서 훈춘 하남교회에 도착했더니 중국각지에서 찾아온 지도자들이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주강사가 되어 뜨겁게 말씀을 강론했습니다. 토요일날 잠시 시간을 내어 중국과 러시아와 일본과 북한이 국제관광지역으로 지정한 러시아와 중국과 북한의 세계3개국 경계선이 맞물린 방천이라는 곳에 설치한 전망대에 올라가서 중국과 러시아를 구분하는 녹슨 철조망을 바라보고 두만강 저쪽의 북한을 바라보면서 마음으로 한없이 울었습니다. 이쪽도 산이요, 저쪽도 산인데 왜 중국의 산은 나무들이 울창한데 저 북한의 산은 나무 한그루를 제대로 보기 힘든 민둥산이 되었는지, 바로 눈앞에 보이는 저 동해는 분명히 우리바다인데 왜 전망대 벽면에 일본해라고 적혀 있는지,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겨울바람에 귀가 떨어질 것 같은 혹한 속에서도 한없이 슬픈 생각에 잠겼습니다. 토요일날, 시간을 쪼개서 광신교회와 신농교회가 있는 시골로 갔더니 그 교회들은 중국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한 교회로서 그 교회 지도자들은 무진장한 고문과 핍박 속에서 이웃을 위한 아름다운 사역을 하고 있었습니다. 교회는 초라하기 이를데 없었고 마치 우리나라 60년대와 같은 초가집에서, 그것도 오늘은 이 집, 내일은 저집으로 옮겨 다니면서 예배드리는 그들의 신앙이 너무 존경스러웠습니다. 잠시 점심을 대접하겠다는 제의를 받아들여 그들의 집으로 갔더니 그들이 먹는 음식, 그들이 쓰는 부엌. 그들이 쓰는 말은 옛날 우리와 똑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분명히 그곳은 중국 땅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와 똑같은 말을 하고, 똑같은 음식을 먹는 것을 보면서 그 옛날 광개토대왕이 말을 타고 호령하던 고구려시대가 생각났습니다. 그렇습니다. 훈춘을 위시한 만주일대의 그 광활한 땅은 분명히 우리 땅이요, 우리 민족이었습니다. 엄청난 석유가 매장된 그 기름진 땅을 우리가 잃어버린 것입니다. 똑같은 언어와 똑같은 음식을 먹는 그 땅을 바라보면서 나는 또 한번 조국을 잃어버린 서러운 슬픔에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그들에게 정성된 위로금을 전달하고, 그들을 위로하고, 슬픈 마음으로 석별의 인사를 나누고, 주일날 하남교회에서 설교를 마친 후 우리 일행은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하얼빈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싫었습니다. 안중근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고 여순 감옥에서 사형언도를 받은 하얼빈을 거쳐 장춘을 들려 심양으로 돌아오면 9박 10일의 일정이 끝날 것입니다. 지금은 하얼빈을 향하여 14시간이라는 어둠을 달리는 야간열차 안입니다.
ㆍ 성치(城峙) 본 마을은 도양목관(道陽牧官)에 속한 목장성(牧場城)의 동쪽에 있으므로 한때 마을 이름을 성동(城東)이 목장성의 동쪽에 있으므로 마을 이름을 성동이라 부르다가 성(城) 고개 밑에 위치한다 하여 성치(城峙)로 개칭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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