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봉에 오른 봉화
천창우
이 섬 저 섬 걸쳐 무쇠 솥 걸어놓고
어머니는 수제비죽을 끓이신다
파란 미역 몇 가닥 동동 띄워놓고
툼벙툼벙 밀가루반죽 떼어 넣는다
투명한 국물위로 떠다니는 수제비덩이
잊은 듯 주걱으로 저어놓은 어머니
눌어붙은 기억에 다시 길을 내고
고향으로 가는 드넓은 가슴을 여신다
정월 초이튿날
소리 없는 고함소리 좇아
겨드랑이 고향마을 껴안은 적대봉 올랐다
자락마다 비쳐드는 맑은 거울 들여다보며
강탈당한 시간들 찾아달라고
봉화대에 훨훨 불 피워 올린다
금비늘 갑옷에 달려오는 그리움의 함성
햇살은 참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