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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일정(日亭) : 옛날 마을에 우물이 하나 뿐이어서 一井(일정)이라 부르다가 나중에 마을에 우물이 많이 생겼으며 마을 앞에 수백년된 정자나무가 있어 정자나무를 중심으로 해와 같이 밝고 둥글게 살자는 뜻으로 日井(일정)으로 바꾸었다가 정자정(亭)자를 붙여 일정으로 개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04.11.24 04:27

빨간 봉숭아와 누나

조회 수 4814 추천 수 0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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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 솔(부추), 파, 들깨,살구나무, 앵두나무....
유독히 기억에 선한 꽃, 채소, 과일나무들입니다.

누나는 봉숭아를 무지 좋아 했습니다.
봉숭아 꽃이 지고나면 동그랗게 연근 알맹이가 생기고,
나는그 알맹이를 터트리는 게 재미 있었습니다.
그러면 무수한 씨들이 쏴~하고 튀어 나왔습니다.

누나는 봉숭아 꽃잎을 좋아 했습니다.
빨간 꽃, 분홍 꽃, 그리고 하얀 꽃도 있었습니다.
가끔 채송화도 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누나는 채송화 꽃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접시 꽃도 그 옆에서 하늘을 찌르고 있었습니다.
분꽃은 담장을 좋아해서 담타는 것을 일삼다가,
보라빛을 터트려서 환성을 지르게 하기도 했습니다.

누나가 봉숭아를 좋아했던 것은 그 색깔도 색깔이지만
무었보다도
그 꽃잎으로 손톱에 물을 들일 수 있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누나는 자기 손톱에 다하고나면
내 손톱에다가도 꼭 물을 들이기도 했는데,
나는 그 때 그게 챙피한 것인줄 몰랐습니다.
누나가 해 주어서 인지... 아니면 나이가 어려서 인지...
그일은 챙피한 일이 아니었고
나이가들어가자 누나는 더 이상 내 손 톱에 물을 들이지 않았습니다.

뉴욕에도 붕숭아는 잘 자라납니다.
정성껏 물을 주자, 초 여름 되니 아주 놀랍게 잘 자랍니다.
꽃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저에게는 누나를 생각합게 합니다.
여기서는 봉숭아 꽃으로 손톱을 물들이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봉숭아는 누나 입니다.
...........
엄마가 아꼈던 채소는 부추, 파, 참기름을 만들던 들깨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어렸을 때는 지금보다 부추로 참 많은 반찬을 담구어 먹었던 거 갔습니다.
파는 그리 중타고 생각은 않 했지만
한 번은 엄마는 쪼그만 파 한뿌리를 깨끗하게 해서 수건에 싸서
그 것을 금산서 순천까지 가져 왔습니다.
그것을 먹으면 시험을 잘 본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그 때 그 이유를 알 지 못했으나
워낙 엄마의 정성이 담겨 있어서 그 정성을 먹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그 이유는 알지 못합니다.

그 작은 들깨알을 하나 하나 모아서 녹동으로 가져갔습니다.
수수료를 주고 짠 참기름은 보물 이었습니다.
그 참기름은 순천으로 서울로 갔습니다.
얼마전에는 그 참기름이 미국까지 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미국서는 흔하고 흔한 것이 참기름이란 설명을 듣고서는 더 이상 참기름은 오지
않았습니다.
.............
아부지는 배나무를 논시밭에 심었는데 그 배나무는 돌배나무였습니다.
실망하신 아버지는 살구나무에 희망을 건 거 같았습니다.
나는 아침에 깨어 일어나면 살구나무에 꽃이 피었는지,
몇개가 열려 있는지 가서 확인 했습니다.
비가 오고나면 꼭 여러개씩
떨어 졌는데 그때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곳 집 정원에도 살구나무가 있습니다. 올 봄에도 살구가 많이 열린 것을 보았습니다.
작년에는 그 많은 살구가 노랗게 열려 있는데도 아무도 그게 살구나무인지 모르는 거
같았습니다. 올 봄에는 딸애랑, 딸아이 친구인 Michelle, Sandra에게 이게 살구나무라고
가르켜주었습니다. 올해는 노랗게 익은 살구는 하나도 먹어 보지 못했습니다.
이래저래 살구나무는 저에게 아부지를 생각나게 합니다.
.........
서울에서 나고 자란 처는 빨간 앵두가 그리 좋은 가 봅니다.
노랑저고리에 빨간치마를 입은 새색시 아내는
아침마다 빨간 앵두를 따러가서는 달고 아싸한 맛을 봅니다.
그 모습이 정겨워 사진으로 남겼더니
그후 화가인 친구가 그것을 데생으로 그려주었습니다.
그 후 저에게 앵두는 아내가 되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시골의 꽃, 채소, 나무는 이런 저런 사연으로
이렇게 가족의 일부가 되었나 봅니다.
?
  • ?
    양현 2004.11.25 04:33
    "누나는 과꽃을 좋아 했지요~"라는 노랫말이 있지만
    울 누나는 과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봉숭아를 좋아 했지요.

    누나가 이 글을 읽어야 하는 데
    내가 전화해서 읽어보라고 하긴 좀 그렇고,
    누구 대신 할 사람 없나요?
  • ?
    한선희 2004.11.25 12:55
    저도 형님이 봉숭아꽃을 좋아하는지 몰랐습니다
    이글을 읽으니 왠지 마음이 찡하게 다가옵니다
    저도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어본게 고딩때 들이고 지금은
    문방구에서 파는 봉숭아가루를 사서 수민이 손톱 발톱에
    물들인게 다였는데 저도 오늘은 그때를 생각해서 봉숭아물을
    들어볼까 합니다
    어제는 형님댁에 가서 김장을 했습니다
    막내 아가씨?(양순)도 한자리에 모여 맛있게 담갔습니다
    다하고나서 돼지고기 삶아서 김치에 보쌈해 먹었습니다
    그맛은 김장해본 사람만이 알것입니다^^
  • ?
    양현 2004.11.26 04:23
    제수씨,
    그 보쌈 아직 남았나 모르것네.
    왜 침이 넘어가지?

    학교 때는 감기가 걸리면 어김없이
    누나를 찾아가면,
    누나의 그 김치찌개.
    그 메콤한 김치찌개가 바로 내 감기역이었는디...
  • ?
    박장미 2004.11.29 09:39
    삼촌~~~ 여기서 이렇게 글로 만날 수 있다니.. ^^ 정말 좋네요~~
    ㅎㅎ 엄마가 봉숭아를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 어렸을 때 엄마가 정성스럽게 봉숭아물을 들여줬던 생각이 나네요.. 울집에는 지금도 매년 씨를 뿌리지 않아도 때가되면 봉숭아가 자란답니다 ㅎㅎㅎ
  • ?
    양현 2004.11.29 23:39
    장미야,
    그게 너한테로 옮겼구나.
    어렸을 땐 나 대리고 봉숭아로 물들이더만...
    거봐,
    니한테로 옮긴 거래니깐...
  • ?
    달중누나 2004.11.30 23:17

    비 오자 장독간에 봉숭아 만발피여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두고 볼것인가,
    세세한 사연적어 누님께 보내자.

    누님이 편지보면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 이는 고향집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 들이던 그날생각 하시겠지.......
  • ?
    양현 2004.12.01 00:34
    크~
    죽인다. 햐~(추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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