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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에 '쉼표' 하나 찍어드릴게요
11월 8~10일, 전남 순천만에서 '갈대숲의 초대' 행사


▲ 순천만  ⓒ2002 이돈기


작아서 더욱 조화롭고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이 있습니다. 꽃잎 끝에 달려 있는 작은 이슬방울들, 길가에 핀 민들레, 서로 몸을 부딪히며 사각거리는 갈대들의 외침, 노란 들판, 장대 끝에 앉은 고추잠자리, 먹이 찾아 갯벌 위를 종종거리며 달리는 작은새...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스쳐지나가버릴 이 작은 것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가을을 풍요롭게 합니다.

마른 흙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뿌리내리고 머리를 풀어헤쳐 햇살 받아 화려하게 흰 꽃을 드러내는 억척스러운 억새도 좋고 진흙땅에 뿌리내리면서도 쉬이 뽑히지 않고 묵묵하게 흔들거리며 서있는 것이 소박하고 듬직했던 당신 같아서 갈색 갈대도 좋습니다.


▲ 순천만  ⓒ2002 이돈기


약간의 술기운과 친구의 부추김을 핑계로 너무도 멀리 있던 당신에게 서툴게 고백했던 그 가을입니다. 하지만 전 당신과 함께 가을을 나 본적이 없군요. 좋았던 첫 여행 외엔 이렇다할 추억도 없지만.

말끔하게 닦아 투명해진 하늘에 언뜻언뜻 눈길을 주고 스산하게 마당을 쓸고가는 가을 밤바람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슬그머니 일어나 앉아 멍하니 허공을 응시합니다. 그토록 경계하던 가슴 속 일렁임이 더욱 커져 파도를 칩니다. 애꿎은 가을만 탓했습니다.

그렇게 두 번의 가을이 가고 예년과 다르게 올 가을은 찬바람과 함께 급작스럽게 찾아왔습니다. 갑자기 닥친 가을바람을 단풍나무 가로수들도 미처 준비를 못했던지 아직도 푸른빛으로 오들오들 떨고 있습니다. 저러다 노란 제 빛깔을 나타내기도 전에 서리맞아 푸른 잎으로 떨어져버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군요. 아. 아니다. 지난 여름에 대한 기억을 쉬 떨쳐내지 못한 미련인지도 모르겠네요.


▲ 순천만 흑두루미 ⓒ2002 이돈기



뜨거웠던 여름을 보내고 지쳐 있는 저에게 추운 겨울을 앞두고 잠시 쉬어가는 가을처럼 길지 않은 삶 속에서도 쉼표 같았던 당신.

열심히 일한 당신을 떠나보내려는 사회에서 별처럼 빛나던 꿈은 뒷전에 두고 생계를 위해 남의 꿈을 이뤄주기에 땀흘리다가 어느날 일상에 쫓겨 도망치듯 떠나버린 당신은 지금 어느 고갯마루에서 한숨 돌리고 있나요.

당신과 저는 올해도 서로 다른 곳에서 서로 다른 종류의 철새들을 바라보며 가을을 맞고 있습니다.

당신은 아마도 여의도의 떠나는 철새들을 보며 철(선거철)이 왔음을 느낄테지만 전 순천만에서 돌아오는 철새들을 보며 철(계절)이 왔음을 느낍니다. 어느 곳 철새가 아름다운지 묻지 않겠습니다.

다만, 시베리아의 살을 에는 찬바람을 감내하고 잊지 않고 순천만으로 찾아온 철새들이 더 반갑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보이나요? 작아서 더욱 아름다운 것들.


▲ 순천만  ⓒ2002 이돈기



저무는 가을 찬바람을 맞으며 머나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나그네 새들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운이 좋으면 얼마 전 순천만으로 귀향했다던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도 만날 수도 있을 겁니다. 지난해 봄 오랫동안 사육됐다가 치료를 받고 날아오른 흑두루미 '두리'도 무척 기다려지는 손님입니다.

철새들은 갈대에 고단한 날개를 내려놓고 둥지를 틀겠지요. 갈대는 쓸모없이 보기 좋은 풍경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체들의 살아있는 삶의 터전이지요.

들리나요? 사각사각 갈대숲이 부르는 소리, 지친 당신에게도 잠시 쉬어가라고 손짓을 합니다.

침묵과 침묵 사이에 바람처럼 물결처럼 갈대가 일렁이는 아름다운 소리와 풍경이 있는 순천만 갈대 숲 해안 둑길 산책로를 함께 걸어봐요.

살다가 지치면 고향을 찾듯 힘들 때면 언제고 조용한 발길로 찾아오세요. 이젠 제가 당신의 삶 속에 쉼표가 되어 드릴게요. 혼자라도 좋고 둘이어도 좋습니다.

저 또한 손님일 뿐입니다. 우리들을 손짓하는 것은 갈대들입니다. 갈대 숲의 초대.

흔들리고, 부대끼고, 나부끼는 갈대숲과 올해도 어김없이 잊지 않고 찾아온 흑두루미, 철새들, 갯벌을 기어다니는 게와 칠면초, 이들과 공존하는 작은 생명들. 작아서 더 아름다운 것들을 햇살 맑은 가을날 당신과 함께 만나보고 싶습니다.


▲ 순천만  ⓒ2002 이돈기


막걸리잔 옆에 두고 우두커니 바라보아도 좋고, 흐르는 물에 하늘을 나는 철새들에게 상념을 실어 보내도 좋습니다. 갈대 숲 둑길을 산책하며 갈대처럼 그렇게 서로 부딪끼며 살아온 이야기를 나눠요. 서로서로 고운 이야기만 간직해 생업에 쫓길 때마다 가슴 속에 쉼표하나 찍어드릴게요.

갈대 숲의 초대는 소박하답니다. 단아한 우리 소리와 시낭송, 당신도 즐겼던 나뭇잎배 만들기, 천연갈대 염색체험, 철새 모이주기, 길가에 핀 구절초와 쑥부쟁이를 그대로 옮겨담아 생화와 사진 속 꽃이 조화를 이루는 우리꽃 사진, 시와 그림이 갈대 숲 곳곳에 숨어서 기다릴 겁니다.

도시생활에 적응돼 편리함만을 찾던 습관은 잠시 버려두고 오세요. 우리는 자연이 초대한 가을 잔치에 잠시 머물다가는 손님일 뿐이잖아요. 갈대 숲에 둥지를 틀고 사는 철새들에게 먹이를 나눠주고 흔적이 남아있지 않게 청소해주는 것이 우리를 초대한 자연에 대한 감사선물이겠죠.

갈대 숲은 당신과 나처럼 순천만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초대한 것이니깐요.

자, 이 가을이 가기 전 서둘러 오세요. 당신이 오시건 오시지 않건 전 순천만하늘 녘에 노을빛이 물드는 시간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아참, 갈대 숲이 초대한 가을잔치는 오는 11월 8일부터 10일까지입니다.

순천만 갈대 숲의 초대에 부디 조용한 발길로 찾아오세요.



갈대숲의 초대 행사 일정

주최: 갈대숲의 초대 행사 위원회

<순천만 시화전>
주제: 순천만의 아름다움
일시: 11월 8~9일
장소: 순천만 둑길
주관: 민족문학작가회의 순천지부
내용: 순천만 관련 시와 그림 40점 전시

<조각전>
일시: 11월 8~9일
장소: 순천만 둑길
내용: 민형기 조각 작품 20여점 전시

<우리꽃 사진전>
일시: 11월 8~10일
장소: 순천만 둑길
주관: 우리꽃을 사랑하는 모임
내용: 우리꽃 사진 50여점 전시

<야생동물구조 사진전 및 밀렵도구전>
일시: 11월 8~10일
장소: 순천만 둑길
주관: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야생동물구조센타
내용: 부상 야생동물 구조 사진 및 밀렵도구 60여점

<갈대 염색체험>
일시: 11월 8~10일
장소: 순천만 둑길
주관: 한국자연염색염료 연구소
내용: 갈대, 쪽 염색(현장체험) 천연염색 전시 및 안내

<갈대수공예품 만들기>
일시: 11월 8~10일
장소: 순천만 둑길
주관: 갈대숲의 초대 행사위원회
내용: 여치, 메뚜기 등의 곤충만들기(현장체험), 생활용품 만들기

<우리차 시음회>
일시: 11월 8~10일
장소: 순천만 둑길
내용: 우리차 마시기(현장체험), 우리차 안내

<철새탐조>
일시: 11월 8~10일
장소: 순천만 둑길
참여전문가: 김경원 습지보전연대 사무국장, KYC
내용: 청새탐조대 2개소 설치, 자연생태계 교육, 슬라이드 상영, 철새탐조

<철새 모이주기>
일시: 2002년 11월~ 2003년 4월
장소: 순천만 일원
주관: 순천KYC, 전남동부지역 사회연구소 야생동물구조센터
내용: 흑두루미 등 철새들의 먹이 시민판매

<순천만 배경 사진찍기>
일시: 11월 9일 오후2~5시
장소: 순천만 일원
주관: 순천환경운동 연합
내용: 윤종근 스튜디오에서 시민 관광객 대상 무료 기념촬영

<기타>
기념품 판매: 순천만 엽서

<연계 관광지>
송광사, 선암사, 화포해변, 상사댐, 낙안읍성 민속마을, 조계산, 고인돌공원

<순천만 찾아오는 길>
경부고속도로 - 호남고속도로 - 순천I.C - 벌교방향 - 순천청암대학 앞 사거리 -순천만 방향좌회전(10분거리)
순천역→인안동 66번, 67번 시내버스(대대하차)
순 천→순천만 택시15분(6000원 정도)

#. 순천만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 이돈기씨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순천만 갈대제 사진전 1~2회, 이돈기 사진전, 주물공장 사람들, 흐린 날 순천풍경 등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했으며 현재 섬진강 사진 작업중입니다.




2002/11/01 오전 12:05
ⓒ 200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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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바위, 노랑 모래, 회색 이끼, 초록 나뭇잎,

푸른 하늘, 진주빛 먼동, 산마루에 걸린 자주빛 그림자, 

해질녘 진홍빛 바다위의 금빛 섬, 

거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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