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211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03 김해화


나라를 새롭게 세우기 위해 드세게 몸부림쳤던 남녘 땅에서 어김없는 반란이 시작됐다. 왕조도, 권부도 어쩔 수 없이 무너졌던 봄의 습격이었다. 그렇게 봄의 반란은 권력과 외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구 꽃을 피우고 바람을 일으 켰다. 이 땅에서 가장 성공한 혁명은 봄이었다.

올 봄은 유난하다. 나라를 새롭게 세워달라는 뜻 같기도 하다. 거기 나라가 세워지면 참사에 쓰러진 이들도 없게 하고, 차별에 눈물 흘리는 이들도 없게 하고, 가압류 차압도 없게 하고, 힘센 이들보다 힘 약한 이들이 큰 소리치며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신신당부한다.

봄이 왔다. 정말 봄이 왔다. 봄 같은 세상도 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봄 같은 세상이 오라고 순천 와온, 여수 달천, 낙안 금둔사, 곡성, 구례를 돌아 섬진 강까지 샅샅이 밟았다. 밟아야 밟아야 웃자라는 청보리의 싱싱함과 봄의 전령 매화의 향기를 담았다. 이 나라 싱싱한 봄을 보내니 잘 받아서 모두들 싱싱해 지면 좋겠다. <편집자주>


글 = 조호진 / 사진 = 김해화




ⓒ2003 김해화

남도의 반란은 시작됐다. 꽃의 선동, 향기의 선전, 봄바람을 일으키며 일으키며, 남도는 그렇게 늘 선도적이었다. 꽃 피는 것도 반역이라면 각오하겠다 꽃 산천 남녘 땅...



ⓒ2003 김해화

"무엇하시오"하고 소리쳤더니 "무엇이라고..."라고 희긋하게 대답했다. 다시 "무엇 캐는 거요" 물었더니 "꼬막 잡으요, 꼬막"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봄 해풍과 연애 걸 틈도 없이 바닥을 흩고 있는 남도의 아낙네들...


ⓒ2003 김해화

외 떨어져 꼬막 잡는 아낙네야 참 고막인지, 똥 고막인지 모르겠지만 뜨겁게 데쳐서 김 모락모락 그대로 먹으면 맛, 참 맛있것다. 그 뻘밭에서 뜨거운 꼬막을 고르는 소리 서걱서걱, 서걱서걱... 갈매기는 꼬막 고르는 소리에 침 흘렸다.


ⓒ2003 김해화

거름 받아먹는 봄 땅은 "헤헤" 좋아서 웃는다. 어릴 적 칠푼이 형, 마냥 좋아서 침 흘리듯이... 땅도 땅도 내 땅이다, 우리네 땅 살 쩌라, 살 쪄서 우리 동네 사람들 그늘 좀 없애 주라.


ⓒ2003 김해화

순천 낙안면 금둔사에 홍매화 피어서 붉그스레 핀 봄인데도 스님들은 새벽 예불에 곤했는지 자취가 없어 화장실 어디냐고 묻지 못했다. 그래서 대숲에 몰래 오줌 누었다.


ⓒ2003 김해화

하나, 둘, 꽃 세 송이 피었다. 꼭 우리 삼 형제처럼 피었길래 가난한 밥 덜어주는 밥상에 앉았듯이 그렇게 사이 좋게 꽃 피우라고 부탁했다.


ⓒ2003 김해화

봄이면 그런 노래 불렀다 달래며 냉이며 캐면서, 봄처녀 제 오시네... 그런데 봄처녀는 온데간데없는 땅이어서 노래 부르다 말았다. 뚝...


ⓒ2003 김해화

해바라기, 해바라기...겨울이 묻힌 외로움 혹은 거뭇한 땟자욱 말리려고 우리 동네 노인들 양지 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구시렁구시렁 무슨 이야기하는데 잘 들리지 않아 귀 쫑긋거렸다.


ⓒ2003 김해화

우리나라에 색맹이 적은 것은 울굿불굿 꽃 대궐 때문만은 아니야 저 것 좀 보랑께 저 것 좀 보랑께 낙안 금둔사에 잘 칠해진 단청 좀 보랑께


ⓒ2003 김해화

봄이 오면 마늘 먹어야 쓰것다, 어멈아 겨울에 잃어버린 입맛 쓰디써서 된장에 풋마늘 "풋" 찍어서 한 입 베어 물고 우우, 맵고 매운 그 맛에 풍기는 냄새 어멈아, 어멈아, 마늘 내가 우리 사랑이다.


ⓒ2003 김해화

매화를 매화꽃이라 표현했다가 혼났다, 혼쭐났다 매화, 그 이름만 붙이면 된다고 꽃 자를 붙이지 않아도 꽃이라고 했다. 맞다 맞아...


ⓒ2003 김해화

철근쟁이 해화 형은 사진에 미쳐서 틈만 나면 산천을 쏘다닌다. 돈도 안 되는 시 쓰다가 돈도 안 되는 사진 찍다가 형수한테 혼나고도 사진 찍으러 쏘다닌다.


ⓒ2003 김해화

갈아엎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혁띠를 뒤집으며 혁명은 안과 밖이 뒤집히는 것이라고 핏대 높이더니 자기들이 뒤집히고 얻어터지고 돌아와서는 뒤 집을 것은 뒤집지 못하고 삼겹살만 뒤집었다. 땅도 뒤집히는 것이 좋은지 기분 좋아한다.


ⓒ2003 김해화

봄꽃의 시동은 매화다. 매화가 시동을 잘 걸어서인지 봄이 부릉부릉 상쾌하게 달리며 천지 산천을 일깨운다. 일어나라, 산천아, 좋은 시절이 왔다...


ⓒ2003 김해화

섬진 마을에 사는 늙은 아낙네 시퍼런 것 한가득 지고 가 길래 "혹시 봄똥 아니요" 했더니 "봄똥이 아니라 봄동이요" 했다. 발음이 너무 센 게 전라도 사투리다.


ⓒ2003 김해화

섬진강 팔아먹은 놈들 무진장 많다. 시인 놈, 모래 도둑놈들, 물장수 놈들...그런데 잡혀간 놈들은 없다. 그래서 섬진강은 수사기관을 믿지 않는다. 에라잇, 도둑놈들아...

섬진 나루에는 전설이 있다. 고구려 적 왜놈들이 쳐들어왔는데 두꺼비들이 울어울어 소리쳤더니 다 도망갔다더라 거짓말도 아주 기분 좋은 거짓말이어서 비석을 세웠는데 섬진강변 오고가는 사람들 고개 끄덕끄덕 한다.


ⓒ2003 김해화

매실은 장독에 담궈야 제 맛 난다고 했다. 장독에 매실 담그려고 했는데 이 동네 저 동네 이사 다니느라 값없이 주었던 게 후회된다. 어릴 적 장독 깼다가 혼난 생각도 갑자기 났다.


ⓒ2003 김해화

남도에 봄 오면 북도에도 봄 오겠지 윗녘 아랫녘 갈라진 우리 동네 슬픔도 없이 봄 맞아라. 핵도, 전쟁도, 패거리도, 정쟁도, 차별도, 성냄도 없이 모두들 立春大吉하시라...


ⓒ2003 김해화

아이들아 아이들아 놀 줄도 모르는 이 천치 같은 아이들아 공부는, 컴퓨터는, 잔소리는 다 팽개치고 봄 들녘으로 우르르 뛰쳐나가거라 아이들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김해화/조호진 기자  


자료출처:네이버매거진 자료제공:오마이뉴스

Who's 거금도

profile

갈색 바위, 노랑 모래, 회색 이끼, 초록 나뭇잎,

푸른 하늘, 진주빛 먼동, 산마루에 걸린 자주빛 그림자, 

해질녘 진홍빛 바다위의 금빛 섬, 

거금도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금산에서 바둑대회를(1) 38 김철용 2015.01.07 16611
공지 신거금팔경(新居金八景) 13 달인 2012.01.11 42181
공지 거금대교 개통 이후 거금도 버스 노선표 및 운임 3 file 운영자 2011.12.17 59122
공지 매생이 문의 하시는 분들께 2 file 운영자 2004.02.07 85126
242 새동섬 새동섬 2003.05.30 1857
241 내가 좋아하는 것 신수현 2003.05.30 2108
240 시디니에서 온 남자 용두봉 2003.05.30 1876
239 야단법석님 고향에 비바람이 세차다던데... 2 시김새 2003.05.29 1613
238 거금도 김흥기 2003.05.29 1714
237 영상시를 올리실 때는 이렇게 해서... 거금도 2003.05.29 1737
236 영상시를 올리실 때는 이렇게 해서... 시김새 2003.06.08 1812
235 오늘도 신재현 2003.05.26 1812
234 고마운 후배님들께! 야단법석 2003.05.25 1619
233 고마운 선배님께! 1 김영재 2003.05.26 1786
232 동영상 김일선생님(재경향우회고문)이노끼와의 경기 1 김영재 2003.05.25 1762
231 예쁜노래 file 신재현 2003.05.25 2018
230 이것이 인생이다 9 용두봉 2003.05.22 4754
229 사람냄새 1 용두봉 2003.05.21 1894
228 금산중학교 출신 모든 동문님들께! 1 김영재 2003.05.20 1903
227 향우회 뒷풀이 추선복 2003.05.19 1802
226 고흥문학 홍보 고흥문학 2003.05.19 1817
225 향우회가자 최진평 2003.05.16 1805
224 주의하세요! stars on 45 2003.05.16 1771
223 부모님과 스승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5 김영재 2003.05.14 169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 68 Next
/ 68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