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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략)
가족에게 갑작스럽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예상보다 반대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 짧은 서울생활을 
너무나 아쉬워했다. 함참 먹어 대는 시훈(아들)이는 학교에서 집에 오는 길에 포장마차의 오뎅, 떡복기와 친구 부모님이 운영하는 일식집에서 공짜로 먹은 알밥, 그밖에 서울 애들은 별로라고 생각하고 어른들이나 좋아하는 추어탕,
육개장, 감자탕, 산채정식, 삼결살 등을 연거푸 이야기하며 눈을 감는다. 주연(딸)이는 추운 겨울날 우리 아파트앞 포장마차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왕만두 이야기를 하면서... 그날 저녁 독일로 가자고 마음을 모은 우리 가족은 잠자리에 들때 까지 먹거리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시훈이는 아마도 꿈속에서도 한국음식을 배터지게 먹는 
꿈을 꾸었을 것이다.

그날 저녁은 아버지가 독일에 왔을때 혀를 차면서 동정했던 딱딱한 빵조각이나  먹고 사는 불쌍한 놈으로 우리가족의 운명이 또 바뀌는 순간이 되어 버렸다. 나는 잠자리에 누워 아버지의 그때 모습을 떠올리며 웃음을 짓는다. 

갑작스런 인사발령에 가장 서운해 하시고 마음 아파하신 분은 아버지다.  어머니마저 1년 전에 돌아가시고 
쓸쓸한데 막내아들이 이리 훌쩍 또 떠나 버리니... 본부생활 1년 반이라고 하지만 우리 아버지에게는 
나의 본부 근무가 1개월 정도의 짧은 시간으로 느껴졌을 것이 분명하다. 나는 또 이렇게 큰 불효를 어깨에 지고 질긴 인연이라는 강한 자기장에 이끌려 독일행 비행기를 타는 것이다. 

갑작스런 발령에 가사정리할 시간이 부족해 가족은 2주 후에 합류하기로 하고 단신 부임길에 올랐다. 각자 사연을 안고 독일로 가는 사람들로 비행기 안에는 비어 있는 자리가 없다........(중략)

비행기가 안전고도를 유지하며 순항중이다. 다른 사람들은 잘 자는데 나는 눈만 감고 있다 나는 원래 기차나, 고속버스, 비행기 타면 한숨도 자지 못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심정이 복잡한데 잠이 올 수 있겠는가.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난다. 3주 후면 어머니 첫 기일이 돌아온다. 첫 제사도 참석 못하고 떠나는 것이다. 11년전 서울-프랑크푸르트 비행기안에서 먼 외국에서 살고 있는 불쌍한 막내 자식을 생각하며 옆 좌석의 남모르는 승객에게 미안할 정도로 눈물을 쏟아 냈던 어머니. 그 같은 하늘길에 자식이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쏟아낸다. 죽은 자는 말도 눈물도 없다. 살아서 고향산천을 등지는 자식만이 불효의 눈물을 흘릴 뿐이다. 옆사람에게 미안해 자제하려고 노력해 봐도 한번 터진 눈물샘을 멈추게 하기는 쉽지않다. 화장실에 가서 세수도 해 보고 승무원에게 안대 좀 달라고 해서 눈에 덮어 보기도 했지만 소용없다. 나는 그렇게 독일까지 울며 갔다.   

외교부에 입부한 후 부모님과 설, 추석을 함께 쇠어 본 적이 몇번이나 되는가. 명절에 시골에 전화해서 아버지, 어머니와 차례로 통화한다. 아버지는 역시 어른답게 인사가 간단하다. " 잘 지내냐, 고생이 많다. 시훈이 어미는 건강이 어떠하냐, 애들은 학교에 잘 다니냐", 어머니와 통화를 한다. 벌써 첫마디부터 감촉이 다르다 "아이고 내새끼, 
불쌍한 내강아지, 남들은 부모와 함께 설 쇤다고 다들 고향 찾아 오는데  불쌍한 우리 막둥이, 떡국이라도 한 그릇 어디서 얻어 먹었냐, 불쌍한 우리 손자새끼들.... "  나는 그런 어머니의 슬픈 목소리에 거짓말을 해댄다.  "설이라고 독일땅에서 먹을게 뭐있겠냐고, 떡국이  어디 있어 먹겠냐고, 그렇게 하여 우리 어머니의 눈물샘을 일부더 더 자극하는 것이다.    .............(중략) 그럼에도 나는 어머니께 해외에서 살고 있는 막둥이 아들 좀 많이 생각해 달라며 그런 거짓말을 해 대는 것이다. 어머니의 동정을 더 받기 위하여 자식을 둘이나 두고 있는 어른 자식의 어리광인 것이다. 
..........(중략)
*  달나라에서 독일을 그리며 * (독일을 떠나지 못하는 한 외교관 가족의 기쁨과 슬픔) 이라는
 나의 에세이 중에서 ......              
  • ?
    표준 2009.12.05 09:58
    오늘 대학원 면접으로 보러 왔다 대기중에 너의 글을 읽고 나도모르게 눈물이 글썽여 지는구나
    아짐의 그 선한 얼굴이 눈에서 떠나질 않는구나
    그래 고향을 떠나 이국땅에서 생활한다는것이 얼마나 외로운것인지를
    너의 글을 통해 실감해본다
    지난번 글처럼 골목길 집들이 5년이 지나면 어떤 모습일까
    이젠 고향에 가도 언제 인사나눌 겨를도 없이 횡하니 다녀오곤 마는데
    다들 건강하셨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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