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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s2017.12.05 14:44

♣폭설 / 오탁번
삼동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 땅 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ㅡ주민 여러분! 삽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 잉!
눈이 좆나게 내려 부렀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 버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ㅡ워매, 지랄나부렀소 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 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가 흰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행성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 버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 치며 우주의 미아가 된 듯 울부짖었다
ㅡ주민 여러분! 어따 귀신이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돼버렸쇼잉
폭설이란 재미있는 시를 쓰신
오탁번 시인은 제천 출신입니다

 

핀란드.jpg

 

https://youtu.be/Asj_sq5P0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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