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한 나뭇가지에 걸린 12월은
겨울로 들어서는 문턱이라 몹시 추웠다
살을 에일 듯한 강추위나 칼바람은 아니었지만
그때는 어느 집이나 궁핍한 살림이라
먹거리도 시원찮아 추위를 버텨낼 수 있는 재간도 힘도 없었다
요즘같은 두툼한 패딩 점퍼나 오리털 파카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시대였기에
옷속으로 쌩쌩 파고드는 겨울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닥뜨려야만 했다
그래도 아이들은 뭐가 그리 좋았을까
언덕배기에 올라 비좁은 골목길을 달려보기도 하고
모래사장에서 공차기 놀이에 빠져있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고
마을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집으로 돌아왔다
갑자기 방에 뛰어들다 보면
양말속에 들어있던 모래가 한 움큼씩 방바닥에 쏟아지면서
야단도 맞고 동네 우물가로 직행을 해야만 했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온식구들이 모이고 밥상을 길게 붙혀
김발에서 뜯어온 해우를 쏟아붓고 파래를 추려내야 했다
왜냐하면 그해 첫물(초벌)의 해우속에는 파래가 많이 묻어오기 때문이다
그 파래를 추려내 새까만 해우를 아침 일찍 떠 널어야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었고
또 가정용 동력발전으로 온 전기는
해가 지면 인입이 되어 밤 10시면 정확하게 멈추기 때문이다
동력 전기가 꺼진 후
등잔불로 파래 추리기는 하늘에 별따기 보다 어려웠고
졸리기도 하고 온 몸은 좀이 쑤셔 일어섰다 앉기를 반복하다
그대로 꼬꾸라져 잠들기도 했다
반세기가 지나 아련한 추억이 되었고
그 적막한 별 달밤속에 묻혀있던 이야기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시절 고향의 풍경은 내 마음속에 진하게 채색되어
빈 가슴골 끝만 후벼파내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 "코비드 19" 꼭 승리하세요
인문학, 한자로 풀어 쓰면 人文學이다.
인간에 대한 학문이라는 뜻이다.
인간의 삶, 사고 또는 인간다움 등 인간의 근원 문제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
바로 인간에 대한 학문, 곧 인문학이며
인문학이 우리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 생각, 언어란다.
쉽지만은 않은 학문임에는 틀림이 없다
거금도 닷컴에 올린 글은 모두 내가 자라온 고향과
향촌의 유년시절을 일정한 형식없이 적어본 글이다
다행히 같은 시대를 同感(동감)해주신 분들
그렇지 않는 분들도 있을줄 믿지만
날선 비판 보다는 따뜻한 격려가 필요로 할 떄이다